산업 IT

1,000조분의 1초 포착 '슈퍼현미경'...K바이오·반도체·소재기술에 날개

[방사광가속기 '청주' 품으로]

태양광보다 100억배 강력한 빔

수요 증가로 청주 추가건립 추진

'중복투자 논란' 예타통과 변수로

청주시 제안 방사광가속기 조감도/사진제공=청주시청주시 제안 방사광가속기 조감도/사진제공=청주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8일 충북 청주시에 건설하기로 확정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사물을 ㎚ 크기의 극미세 차원까지 선명하게 파헤칠 수 있는 일종의 슈퍼현미경이다. 전자총에서 전자를 쏘아 최장 수㎞ 길이의 자기장 터널을 통과시켜 광속에 가깝게 가속시키면 엄청나게 밝고 다양한 파장의 빛(전자기파)인 ‘방사광’이 발생하는데 이를 이용해 사물을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다.

이번에 청주에 개발되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4세대다. 태양광보다 100억배 강한 빛으로 1,000조분의1초 단위의 찰나까지 선명하게 포착할 수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살아 있는 생명체의 생체현상 탐구는 물론이고 신약 개발에도 유용하다. ㎚급 정밀도를 요구하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기술 등도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는 첨단장비다. 한마디로 ‘K바이오’ ‘K제약’ 산업과 반도체·소재기술 한류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라고 과학계는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1994년 포항에 3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준공한 후 2016년 4세대도 완공해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다시 청주에 4세대를 추가로 구축하려는 것은 방사광가속기 이용 수요가 꾸준히 늘어 기존 설비로는 이를 충족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포항의 방사광가속기 이용 수요는 연인원 기준 약 4,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김재영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포항의 방사광가속기는 1995년 완공 이후에도 매년 1~2개 빔라인씩 증설돼왔음에도 수요 증가 속도가 빨라 포화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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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청주시가 사업비 1조원 규모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 신규 건설 후보지로 낙점된 것은 탄탄한 배후 인프라와 교통 접근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방사광가속기 이용 수요가 많은 주요 바이오산업클러스터 및 연구기관들이 충북 오송과 대전 대덕에 있어 협업연구를 하기 편리하다. 또한 주요 반도체 및 소재 기업들 역시 수도권에 포진해 있어 상대적으로 다른 후보신청지역보다 충북 지역에 가속기를 구축하는 것이 이용자의 접근편의 측면에서 유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근로자들의 정주여건, 건설 부지의 지반안정성,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조달 가능성과 협력 역량 등에서도 청주시가 두루 좋은 점수를 받아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이번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통해 6조7,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2조4,0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 13만7,000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먼저 기획재정부로부터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투자 효율성이 검증받게 되는데 과학계 일각에서는 중복투자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번 4세대 구축 후보지 선정 과정을 봐도 과기정통부가 3월17일 사업계획과 부지선정기준안을 발표한 후 불과 52일 만에 청주가 후보지로 최종선정돼 대규모 사업을 너무 짧은 시간에 결정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과제는 방사광가속기 및 관련 인프라의 국산화율 향상이다. 기존의 포항 4세대는 70%대까지 국산화율을 이룬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전히 핵심 기술과 부품은 해외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아울러 이미 가속기가 구축돼 26년간 경험을 쌓은 포항 가속기의 노하우가 청주 가속기 설계·건설·운영 과정에도 충분히 반영돼 선진국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앞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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