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S머니] "규제완화 없다" 쐐기 박은 정부...목동 안전진단 줄줄이 취소

<5·6 대책후 더 얼어붙은 재건축>

"이번 정부선 아예 물 건너갔다"

8단지 이어 1단지 등도 연기 검토

6·9단지 등 2차 정밀진단 탈락땐

재건축시장 분위기 더 가라앉을듯




재개발과 더불어 서울의 주택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는 재건축 시장이 갈수록 냉각되고 있다. 정부가 여당의 압승 이후 처음 내놓은 ‘5·6수도권공급대책’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는 없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대신 분양가상한제 예외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지는 공공 주도의 재개발로 수도권 공급을 늘려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정이 이러자 목동 일부 단지는 자발적으로 안전진단을 취소하겠다고 선언했다.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은마의 경우 전용 84㎡가 18억원대까지 떨어진 가격으로 실거래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도심 공급원의 양대 축인 재건축 없이는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주택 공급의 80%가량을 정비사업이 담당하고 있다.

◇ 목동 노후 단지. “안전진단 취소해달라”=정비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기정사실로 굳혀지면서 시장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에서 재건축은 아예 물 건너갔다”라는 말까지 들린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서울 재건축 대장주 은마아파트의 경우 지난 4월 중순 18억9,300만원에 팔렸다. 18억원대에 거래된 것은 근래 들어 처음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는 재건축 속도 조절에 나섰다. 8단지가 지난달 양천구청에 안전진단 평가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한 데 이어 1단지 등 안전진단을 신청한 다른 단지도 안전진단 취소나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첫 단추로 안전진단에서 재건축이 가능한 등급이 나오면 통상 아파트 가격도 오르는 등 호재로 인식된다. 연초까지만 해도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가 모두 안전진단 절차에 돌입했을 만큼 주민들은 재건축 사업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민들을 어렵게 설득해 안전진단 비용을 마련했는데 결과가 결국 재건축 불가로 나오면 사업을 다시 추진할 동력을 잃는다”며 “재건축 추진을 위해서는 조심스럽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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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은 2차 안전진단 결과에 촉각 =
이런 가운데 재건축 업계에서는 이달 중으로 2차 안전진단 결과가 나오는 서울 재건축 단지들에 주목하고 있다. 총선 후 처음으로 나오는 2차 안전진단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 단지들이 2차 안전진단에서 실패할 경우 재건축 시장의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2차 안전진단이 진행 중인 단지는 목동 6단지와 9단지, 마포 성산 시영 등이다. 우선 마포 성산 시영은 8일 최종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목동 6단지와 9단지 결과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강남 못지않은 지역인 양천구 목동 단지들이 어떤 성적표를 받을 지 주목하고 있다.

재건축 사업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시장의 공급 부족 우려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의 신규분양 물량 가운데 정비사업 비중은 76%에 달한다. 전국 평균이 28%인 것에 비교하면 매우 높은 비중이다. 강북은 재개발, 강남은 재건축이 주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재건축 시장의 위축은 강남의 수급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큰 것이 현실이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5·6대책’으로 공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 서울 동대문구 등 일부 지역에 효과가 발생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공급절벽 우려에 따른 새 아파트 선호현상이 지속되면서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9개월 연속 감소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3월 기준으로 미분양 아파트는 2015년 10월 이후 4년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반면 주택 인허가 실적과 분양 물량은 전년보다 감소했다. 규제 지역에서 집을 사기 어려워지자 비규제지역의 청약 시장과 입주·분양권 시장에 수요자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고분양가로 평가받는 단지에도 청약 수요가가 대거 몰리고 있다.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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