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이태원 사태에 '빨간펜' 든 문 대통령...취임 3주년 연설문, 전날 밤 완성

유흥업소 집단감염 내용 추가...문 대통령이 직접 연설문 검토

"밀폐된 공간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유사한 상황 발생" 경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문 대통령과 연설문 작성을 담당한 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들의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문 대통령의 공식 일정을 최소화하며 특별연설문 작성에 매진했던 지난 주와 다른 상황이 급전개됐기 때문이다. 바로 이태원 클럽발(發) 집단감염이다.

11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특별연설문 중 방역과 관련된 내용을 수정·보완한 끝에 지난 9일 저녁에야 최종안을 완성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문 초안은 전 세계적으로 모범적이라 평가받는 ‘K-방역’의 성과를 치하하고 이를 국민의 공으로 돌리는 데 집중됐었다. 하지만 이태원 집단감염 이슈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면서 문 대통령은 ‘빨간펜’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평소에도 초안을 여러 차례 수정해 연설문을 직접 완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방역과 관련한 내용은 유흥업소 집단감염 발생에 따라 연설 전날까지 상황을 확인했다”면서 “문 대통령은 시시각각으로 변화는 상황에 따라 최종 연설문을 지난 9일 저녁 완성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추가한 내용은 자칫 ‘2차 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 속에서 긴장 태세를 유지하자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K-방역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우리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번 유흥시설 집단감염은 비록 안정화 단계라고 하더라도 사람이 밀집하는 밀폐된 공간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면서 “마지막까지 더욱 경계하며 방역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겠다”고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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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을 마친 뒤 인사를 나누기 위해 취재진에게 향하고 있다./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을 마친 뒤 인사를 나누기 위해 취재진에게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태원 클럽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 10일 낮 12시까지 총 5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6일에 용인 66번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에 확진자 수가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경각심을 높이는 동시에 방역에 대한 자신감도 불어넣었다. 문 대통령은 “두려워 제자리에 멈춰 설 이유는 없다”면서 “우리가 방심하지만 않는다면, 우리의 방역체계는 바이러스 확산을 충분히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예기치 않은 집단감염이 발생한다 해도 우리는 신속히 대응할 방역·의료체계와 경험을 함께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발생했던 집단감염을 극복했듯이, 이번 위기도 슬기롭게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방역시스템을 보강해 세계를 선도하는 확실한 ‘방역 1등 국가’가 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고 국립 감염병연구소, 감염병 전문병원 등을 설립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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