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저성장·저출산 등으로 보험사들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지만 지난해 중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은 수수료 수입을 20% 이상 불리며 가파르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 과열 속에 수수료율 인상 경쟁을 벌인 보험사들과 제조·판매 분리 흐름 속에 주도권을 틀어쥔 GA들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보험회사와 GA에 대한 연계 감독을 통해 소비자 피해 유발 요소를 통합 점검하는 한편 GA에 대한 상시감독 체계를 강화하는 등 GA의 불건전 영업행위 근절을 위해 고삐를 틀어쥔다는 방침이다.
1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9년 중대형 GA 경영실적’에 따르면 중대형 GA를 통한 신계약 건수는 1,461만건으로 전년보다 183만건(14.3%) 증가했다. 특히 설계사 500명 이상인 대형 GA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대형 GA를 통한 신계약은 1,221만건으로 전년보다 16.7% 늘었고 설계사 수 100~499명에 해당하는 중형 GA는 239만건으로 3% 증가에 그쳤다.
보험 판매 대가로 보험사들이 지급하는 수수료 수입은 더 많아졌다. 지난해 중대형 GA의 수수료 수입은 7조4,324억원으로 2018년에 비해 1조2,788억원(20.8%) 불어났다. 수수료 수입은 2017년 5조1,809억원으로 5조원대 초반이었지만 2년 사이 2조원 이상 늘어났다. 부동의 1위인 지에이코리아는 1년 만에 수수료 수입이 13.54% 뛰었고 글로벌금융판매(11.55%), 인카금융서비스(22.56%), 프라임에셋(17.45%), 리더스금융판매(17.43%) 등 대형사 모두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대형 GA들의 수수료 수입이 가파르게 증가한 이유로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지사형 GA처럼 수수료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대형 GA 특유의 기형적인 조직구조와 불건전 모집 관행을 꼽는다. 실제로 대형 GA 대부분은 별개의 보험대리점이 외형확대를 위해 연합한 형태로 내부통제가 취약한 것은 물론 지사별 독립적인 경영체계를 갖추고 있는 탓에 기관이나 기관장에 대한 징계 조치를 쉽게 피해갈 수 있다.
현행 보험업법상 GA에는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따르지 않는 탓에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조직적으로 판매하는 영업 관행도 여전하다. 특히 지난해에는 장기 인보험 시장에서 대형 손보사들이 출혈 경쟁을 벌이면서 기름을 부었다. 유례없는 시책 경쟁에 조직적인 허위계약과 부당 승환계약, 경유계약 등이 판을 친 것이다. 실제로 중대형 GA의 2년 이상(25회차) 계약 유지율은 61.53%로 전년에 비해 2.01%포인트 하락했다. 2017년 65.60%에서 2년 사이 4%포인트가량 미끄러졌다. 이는 전체 보험 채널 평균치인 63.82%보다 낮은 수치다. 1년 이상 계약유지율(13회차)은 80.42%로 전년에 비해 0.76%포인트 하락했다. 감독당국이 2018년부터 GA에 대한 상시감독체계를 마련하고 대형 GA를 중심으로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해왔지만 GA의 불건전한 영업관행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GA의 몸집은 갈수록 커지는데 계약 유지율은 매년 후퇴하고 있다는 것은 허위계약이나 초회보험료 대납, 불완전판매 같은 조직적인 불법 영업행위가 여전하다는 방증”이라며 “GA도 불완전판매에 대한 배상 책임을 지게 하고 철저한 감독을 통해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올해 금감원은 GA의 시장질서 문란 행위에 대한 집중 점검을 예고하고 있다. GA의 보험 안내자료와 영업·교육자료의 적정성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내부통제 체계가 미흡한 GA를 대상으로 종합검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리더스금융판매·글로벌금융판매·태왕파트너스 등 상시감시지표에서 이상징후가 포착된 GA에 대한 검사가 진행됐다. 특히 올해는 보험사와 GA에 대한 연계 점검을 통해 소비자피해를 유발하는 영업행위와 상품에 대한 집중 감독을 실시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중대형 GA의 25회차 유지율이 채널 전체 평균보다 저조해 불공정영업행위가 완화됐다고 보기는 곤란하다”며 “GA의 수수료 수입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특별이익제공 등에 대한 상시감시를 강화하며 이상징후가 포착되는 회사에 대해서는 현장검사를 통해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은영·이태규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