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美, TSMC 공장 유치 추진…고민빠진 삼성

■ 반도체 '자국중심주의' 확산

파운드리 亞의존 낮추려는 의도

퀄컴 등 美기업 물량 확보 위해

삼성도 오스틴 공장 증설 가능성

"코로나 속 투자 리스크 커"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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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반도체 자급자족’을 추진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미국과 일본 모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공장의 자국 내 유치를 추진함에 따라 TSMC를 추격하려 온힘을 쏟고 있는 삼성전자의 대응이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TSMC와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공장의 확장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정부가 반도체 자급자족을 위해 가장 공을 들이는 업체는 파운드리 분야의 절대 강자인 대만 TSMC다. 트럼프 정부는 파운드리 사업의 핵심 고객이 애플·퀄컴·AMD·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만큼 TSMC 공장 유치를 통해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을 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반도체 공급망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TSMC와 삼성전자의 공장을 미국으로 불러들여 파운드리 분야의 한국·대만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TSMC 공장 유치를 통해 ‘반도체 굴기’에 나선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다. 특히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이자 세계 2위 스마트폰 업체인 중국 화웨이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반도체의 위탁생산을 TSMC에 맡기고 있다. 일본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를 보유한 만큼 TSMC와 인텔 공장 유치를 통해 자국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미국과 일본 정부의 반도체 자급 추진의 불똥이 삼성전자로 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미국이 파운드리 사업 경쟁자인 TSMC의 미국 내 공장 유치는 물론 삼성전자의 미국 공장 확장에도 관심을 보이면서 고민에 빠진 분위기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번 사안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밀어붙이는데다 주요 고객인 인텔·퀄컴·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힘을 보탤 경우 무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반도체 수요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수조원대 투자가 필요한 파운드리 생산라인 확장에 나서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오스틴에 반도체 설계업체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파운드리 공장이다. 삼성전자의 국내 화성사업장 극자외선(EUV) 전용 라인이 6·7나노급 반도체 등 10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반도체를 만드는 반면 오스틴 공장은 14나노대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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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TSMC가 미국 내 공장 신설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도 오스틴 공장을 확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TSMC가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애플·퀄컴 등 미국 업체의 반도체 주문을 지금보다 더 가져갈 경우 TSMC를 제치고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른다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이 물거품이 될 수 있어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퀄컴과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차원에서 삼성전자에도 파운드리 물량을 맡기고 있는데 TSMC가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지을 경우 미국 업체들의 위탁 물량이 다시 TSMC에 몰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전부터 삼성전자가 오스틴 공장에 EUV 라인을 새로 도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공장 확장과 설비 확충 등을 염두에 두고 오스틴 공장 인근에 추가 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 공장 확대 가능성과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코멘트”라고 밝혔다.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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