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 4사가 1·4분기에만 4조3,775억원의 적자를 냈다.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다. 정유사의 수익과 직결되는 정제마진도 사상 최저인 배럴당 -3.3달러까지 떨어지면서 2·4분기 실적도 암울하다.
GS(078930)칼텍스는 1·4분기 매출 7조715억원, 영업손실 1조31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295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앞서 증권가에서 예상한 5,000억~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훌쩍 뛰어넘는 어닝쇼크다.
국내 정유 4사는 1·4분기에만 4조3,77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096770)은 1조7,752억원, 에쓰오일은 1조73억원, 현대오일뱅크는 5,632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이들 4사의 분기 적자 규모가 지난해 연간 합산 영업이익인 3조1,0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커진 셈이다.
더욱 암울한 것은 이날 발표된 정제마진 역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며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3월 셋째주부터 8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하지만 -0.1달러에서 -2달러 이내에 머물던 정제마진은 이날 -3.3달러까지 고꾸라졌다.
이는 코로나19 봉쇄조치 해제 또는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반면 실제 석유제품 수요는 늘어나지 않은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주 두바이유 가격은 25.8달러로 전주 대비 약 42% 가까이 올랐으나 휘발유·등유·경유 등 제품 가격의 상승 폭은 거기에 미치지 못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상품인 원유에 투기 세력이 몰려 유가가 급등한 반면 실물인 석유제품 시장 상황은 그렇게 풀리지 않았다”며 “당분간 국제유가가 상승한다면 제품 가격이 이를 쫓아가지 못해 정유사로서는 최악의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중국 내 소규모 정유공장 가동률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점도 국내 정유사에는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티폿 가동률은 75.1%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중국 3~4월 석유제품 순수출 또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해 지역 내 공급부담이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