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해외 유수 언론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확진자가 최대 741명에서 0명이 되기까지 ‘도시봉쇄’ 없이 감염 확산을 막고 의료붕괴 상황에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해 외신들이 앞다퉈 대구 현지를 찾아 보도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K방역’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대구의 대응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아직 코로나19 확산세가 꺽이지 않고 있는 일본 언론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11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금까지 일본 아사히·마이니치신문과 NHK, 영국 BBC, 독일 슈피겔지, 미국·러시아·터키·호주 등의 언론이 코로나19에 대처한 대구의 사례를 소개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2일자 국제면에 평일 오후 많은 손님으로 북적이는 서문시장 사진과 함께 권영진 대구시장 인터뷰를 게재했다. 국제면의 약 3분의2를 할애할 만큼 비중있게 다뤘다. 이 신문은 도시봉쇄와 같은 강제조치나 비상사태 선언 없이 어떻게 감염 확대를 억제했는가에 큰 관심을 보였다. 긴급사태 연장으로 위기에 처한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이 배워야 할 대책을 대구에서 찾아보자는 취지로 읽힌다.
권 시장은 인터뷰에서 광범위한 진단검사, 경·중증자 분류 및 경증자 생활치료센터 분산 치료 등을 소개했다. 그는 “첫 환자 발생 사흘만에 ‘신자 전원을 격리하고 검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선언했고, 나흘째 신자 전원에 대해 증상여부를 확인하는 전화조사를 마쳤으며 전원에 대한 검사는 1개월 내 끝냈다”며 신속한 대응을 강조했다. 또 “신자 이외에도 치명률이 높은 고령자가 입소하는 시설 등에 대해 증상이 없는 사람도 선제적으로 검사를 실시해 1일 최대 7,000건, 누계로 10만 건에 달하는 광범위한 진단검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의료붕괴 일보 직전의 상황에서 대구가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이와 관련 권 시장은 “최초 감염자 확인으로부터 1주일 후 감염자수가 병상수를 넘어섰고, 이때 주목한 것이 무증상과 경증 감염자였다”면서 “중증환자와 경증환자를 나누는 것이 꼭 필요했고 경증환자를 수용할 ‘생활치료센터’가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 제도적 검토 등을 거쳐 3월 2일 교육연수를 위한 시설을 활용해 센터를 가동했다”고 소개했다. 시민 대응과 관련해 권 시장은 “거의 모든 가게가 자발적으로 영업을 중단했기에 일본과 같이 비상사태를 선언하지 않고도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면서 “시민이 방역의 주역이었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독일의 슈피겔지는 지난달 8일자에 한국이 엄격한 역학조사와 감염자 격리를 통해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막아냈다며 ‘대구형 방역모델’에 관심을 보였다. 슈피겔은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대책본부장을 집중 취재했다. 이 매체는 지역에 첫 환자가 발생한 지 사흘 뒤인 2월 21일 대구시는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전략을 결정, 실행에 옮겼다고 전했다. 이날 대구지역 의사·간호사 대표 및 지자체 관계자들은 첫 확진자가 나온 종교단체 신도들을 예외 없이 전수조사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참석자 중 일부는 감염자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경우 한국 이미지가 실추될 것을 우려해 반대했으나 전수조사를 강행했다고 소개했다.
슈피겔지는 신용카드와 핸드폰 정보를 토대로 한 역학조사를 통해 접촉자를 파악하고 있는 역학조사 방식을 전하며 한국인들은 사생활 침해를 받아들이는 대신 제한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받는다고 소개했다. 영국 BBC도 최근 권 시장과 30분 동안 진행한 인터뷰에서 대구의 방역사례부터 최근 발표한 7대 기본생활수칙 등을 집중 취재했다. 민 본부장은 “언론 외에 최근에는 해외 의료진의 문의도 많다”며 “마스크 착용부터 검체 채취를 어떻게 빨리할 수 있는지, 경중·중증 환자 분류 기준은 무엇인지 등 다양한 자문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파속도가 빠르고 무증상 감염이 많은 코로나19 특성상 전 세계가 공조해야 종식될 수 있는 만큼 방역사례를 적극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손성락기자 ss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