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들어선 종교별 첫 건축물에 대한 건축문화와 인문역사를 아우르는 답사가 진행된다.
서울시비영리민간단체 문화지평(대표 유성호)은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10개 종단에서 서울에 지은 첫 종교건축물에 대한 답사와 아카이브를 오는 16일부터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답사와 아카이브 사업은 서울시 건축문화 활성화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월 1~2회씩 10월까지 총 7회 진행된다.
종교 건축물은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키면서 시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교감을 형성하고 문화재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특징이 있다. 또 종교의 다양성 측면에서 들여다 볼 가치가 있는 분야로 이번 답사와 기록화 작업 역시 같은 맥락에서 기획됐다.
천주교 약현성당은 명동성당보다도 빠른 1892년 지어졌지만 1998년 방화로 상당 부분 소실된 전력이 있다. 건축물에 관한 자세한 기록이 있었기 때문에 복원이 가능했다. 기록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문화지평에 따르면 답사는 모두 7회에 걸쳐 건축과 역사문화 분야 전문성이 높은 해설사 설명으로 진행한다. 천주교 중림동 약현성당을 시작으로 정동에 모여 있는 개신교 정동교회,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구세군 중앙회관과 불교 대성사, 천도교 중앙교당, 동방정교회 성니콜라스대성당, 유교 성균관 등 10개 종단 건물과 주변 근대 건축물을 대상으로 답사와 기록을 남긴다.
원불교의 경우 일제가 경복궁 후원의 융문당, 융무당을 뜯어다 용산지역에 용광사란 절로 사용하던 것을 해방 후 원불교가 인수해 서울교당의 법당과 생활관으로 쓰다가 전남 영광으로 이전했기 때문에 부득이 현장을 찾아 아카이빙 작업을 한다. 대성사 전각의 경우 일제에 의한 강제 소실, 한국전쟁 때 불타 없어진 것을 1954년 불사한 것이지만 백제불교 초전법륜성지(부처의 깨달음을 처음 전한 곳)란 측면에서 의미 있는 곳이라 정한 것이다.
기록화 작업은 텍스트와 동영상으로는 답사기를 남기고 특히 해당 종교 건축물에 대해서는 3D실감모형으로 아카이빙 할 예정이다. 3D실감모형은 건축물을 디지털로 입체적으로 기록하고 보여주는 기법 중 하나로 3D스캔과 디지털헤리티지 전문기업인 테라픽스 정성혁 대표(충북대 겸임교수)가 담당한다.
문화지평은 이번 답사 목적에 대해 △종교 유입과 종교건축물 설립의 역사적 관계 조명 △답사기, 영상, 텍스트 아카이빙, 3D스캔 등 기록화 작업과 결과물에 대한 언론보도, 유튜브 등 SNS 공유 확산을 통한 시민 사회 공감대 및 이해도 증진 △유형별 서울 ‘첫 건축물’ 영역에 대한 조사·연구·홍보 기반 조성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건축기획과 박경서 과장은 “시민들이 공감하고 체감할 수 있는 민간주도 건축문화 행사를 확대시키기 위해 이번 사업을 기획했다”며 “시의 정책과 연계성 있는 내용으로 실천력 있게 추진해 홍보가 잘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화지평 유성호 대표는 “종교 건축물은 역사적, 건축학적 접근 이외에도 생활사적인 부분에서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지만 요즘은 종교가 불신당하고 부정당하는 위기의 시대가 됐다”며 “신앙과 관계없이 도시 구성물인 다양한 건축물의 역사, 가치, 보존과 활용에 대한 시민사회의 중장기적 참여 거버넌스 구축을 목적으로 여러 종단의 종교 건축물을 답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첫 답사는 16일 오전 10시 서울역광장 강우규 동상 앞에서 시작해 서울로7017, 중림동성당, 서소문아파트, 프랑스대사관, 충정각 등을 둘러 볼 예정이다. 답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감안해 20명으로 제한, 신청은 페이스북 그룹 문화지평을 통해 가능하며 참가비는 무료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