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소에서 다운 거래를 제안하길래 거절했더니 집을 팔지 않겠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부동산 커뮤니티를 보면 분양권 매수 때 다운 거래를 제안받았다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양도소득세 매수자 부담’ 등 다운 거래가 아닌 것처럼 매수자를 속이는 문구도 다수 포착됐다. 이 같은 정황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분양권 실거래 사례를 살펴보면 같은 단지, 동일 평형인데 1주일 간격을 두고 3억원 차이가 나는 거래, 인근 아파트는 가격이 1억원 올랐는데 시세 변동이 거의 없는 거래 등 이상한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다. 다운계약서를 쓰다 적발되면 매수자와 매도자, 중개한 부동산까지 모두 처벌 대상이 되지만 흐지부지 넘어가는 분위기다. 당국의 무관심 속에 다운 거래는 시장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국토부에서 제공하는 부동산 실거래가는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중요한 참고 자료다. 하지만 들쭉날쭉한 분양권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시세를 유추하면 시장에서 ‘바보’ 취급당하기 십상이다. 불법 계약으로 인해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의 신빙성이 훼손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거래가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 정부 당국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정부는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담합행위 등에 대해서는 ‘특사경’까지 출범시켜가며 색출·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하지만 거래가를 시세보다 낮게 신고하는 불법거래 적발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이중적인 태도다.
정부의 방관 속에 시장에 만연한 다운계약은 분양권 시장을 과열시켰다. 양도소득세율이 무려 55%에 달하지만 다운 계약을 통해 손쉽게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 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자본에 의해 전매 가능한 분양권의 가격은 억대 단위로 치솟았다. 결국 국토부는 수도권 비규제지역 및 지방 광역시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한을 늘리는 내용의 21번째 규제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같은 무작위 옥죄기는 또 다른 풍선효과를 만들어낼 것이 뻔하다. 분양권 시장에 만연된 다운 거래만 근절해도 현재 같은 분양권 열풍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awlkw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