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이 대한항공(003490) 유상증자에 앞서 계열사 지분 담보 또는 부동산 담보 대출을 통한 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진칼의 자금 확보에 따라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성공여부도 결정 될 전망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지난 달 부터 증권사 등 금융기관과 계열사 지분의 주식담보대출과 부동산 담보 대출 등을 논의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달 중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여부와 규모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강도 높은 자구안을 추진 하고 있다. 전일 대한항공은 자구책의 일환으로 최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의 유상증자는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 된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최대 주주인 한진칼은 약 3,000억원 가량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진칼은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412억원에 불과해 자체자금만으로 유상증자 100% 참여가 불가능하다. 당초 업계에서는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을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한진칼은 경영권 분쟁이슈가 여전히 살아있는데다 주가가 높아 우호 세력으로 분류됐던 델타항공, 카카오, GS칼텍스 등이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어려워지며 대출로 방향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어 한진칼의 사채 신규 발행도 어렵다. 이에 따라 한진칼은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의 주식담보대출이나 부동산 담보 대출을 통해 자금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한진칼은 대한항공(29.96%), 한진(23.62%), 칼호텔네트웍스(100%), 진에어(60%), 제동레저(100%), 토파스여행정보(94.35%), 정석기업(48.27%)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한진칼은 정석기업이 가진 부동산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받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어머니 이명희씨가 고문으로 있는 정석기업은 부동산 관리회사로 한진그룹 계열사에 건물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사업을 하고 있다. 정석기업은 서울 소공동 한진빌딩 본관과 신관, 인하국제의료센터 등 그룹 내 주요 빌딩을 가졌으며, 서울 중구 한진빌딩의 경우 최근 이어진 불경기에도 공실이 거의 없을 정도다. 정석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2,198억원의 부동산에 투자했으며, 업계에서는 정석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의 가치가 1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3자 연합과 조원태 회장 측근 모두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할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진칼이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대한항공 유상증자는 대규모 실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