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지 4일 차에 접어들었지만 카드사 현장에서는 연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신청 첫날부터 카드사의 마케팅 번복과 신청자의 ‘실수 기부’ 사례가 속출한 데 이어 사용 첫날에는 카드 한도 문제까지 잇따라 발생하며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가이드라인 배포 이후 지급 시행까지 시간이 촉박했던데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 사이의 의견 조율도 순탄치 않은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다. 기부 항목 분리·지원금 전화 신청 등 카드사들의 건의에도 정부는 현장 혼선을 겪고 나서야 뒤늦게 조치를 취하는 모습이다. ★본지 5월14일자 10면 참조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전날인 13일 재난지원금 관련 카드 한도를 조정했다. 재난지원금이 지급됐지만 기존 카드 한도는 그대로라 한도 초과로 재난지원금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별도 한도를 부여해 기존 한도와 무관하게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기존 시스템과 재난지원금 시스템을 합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며 “경험이 없어 발생한 문제인 만큼 고객 의견을 들어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카드사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진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 지침에 따라 재난지원금 신청 화면에 기부 항목이 포함됐는데, 이때문에 실수 기부 가 첫날부터 속출했고 비난이 쇄도했다. 특히 지원금 신청을 온라인뿐만 아니라 전화로도 가능하게 해달라는 민원까지 빗발치자 정부는 결국 15일부터 카드사 콜센터와 자동응답시스템(ARS) 신청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같은 혼선은재난지원금 지급이 급히 추진된데다 가이드라인 배포 이후 시행까지 시간이 짧았던 게 주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경기도 재난지원금 신청도 겪으면서 준비해왔지만 정부 지침 이후 신청까지 시간이 많지 않아 곳곳에서 허점이 생겼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혼선을 예상했다는 모습이다. 앞서 기부화면 분리와 재난지원금 전화 신청 등도 요청했지만 정부가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 콜센터 문제의 경우 행안부가 보안을 이슈로 막은 것으로 안다”며 “주무부처가 행안부인만큼 금융위도 카드사 상황을 강력하게 전달하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