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대형항공사, 비용절감 속 적자폭 줄여…LCC는 잇따라 자본잠식

■ 항공사 1분기 '어닝쇼크'

대한항공, 고정비 줄이며 여객→화물기 전환 빛발해

매출 반토막 LCC, 자본확충·부채비율 감소에 사활

속속 운항재개 불구 코로나 파장 여전…"지원 절실"

항공 업계의 1·4분기 성적표는 예상대로 심각했다. 예견됐지만 실제로 받아든 성적표는 항공사들의 구조조정에 힘을 실었다. 항공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례 없이 전 노선의 운항이 중단되며 일제히 적자로 돌아섰다. 정부가 항공업에 긴급자금을 지원해주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구조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한국 항공시장은 대형항공사(FSC) 2개사, 저비용항공사(LCC) 9개사로 총 11개의 여객항공사가 있다. 지난해 말부터 순차적으로 취항하는 신생 LCC 3곳을 제외하더라도 9개의 항공사가 난립하고 있다.

1·4분기 항공사들의 성적표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대한항공(003490)은 순환휴업, 임원 급여 50% 반납 등 인건비를 줄이며 고정비용 축소에 나섰고 덕분에 영업비용이 감소하며 적자 폭을 줄였다. 증권사들은 2,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예상했지만 여객선의 운항을 중단하는 대신 화물기의 가동을 늘리며 손실을 줄였다. 대한항공은 여객사업은 전년 대비 수송실적이 29.5% 줄었으나 화물 수송실적은 3.1%가 늘었다. 다만 대한항공은 환율 상승의 여파로 6,9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차입금 중 비중이 높은 외화 차입금이 환율 상승으로 인해 5,368억원의 외화환산차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반면 아시아나항공(020560)을 비롯한 LCC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운항편수가 계획 대비 8%에 머무는 등 실적 악화 폭을 키웠다. 아시아나항공은 임원들의 임금반납을 비롯해 직원들의 무급휴직 등으로 비용절감에 나섰으나, 결국 2,08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또한 LCC들은 지난해보다 매출액이 반 토막 났을 뿐 아니라 수백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LCC들은 해외 단거리 노선의 비중이 높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일본 불매운동 이후 조정한 중국·동남아시아 노선 등마저 코로나19 사태로 운항이 중단되며 사실상 셧다운 상태에 놓였다. 현재 LCC들은 국제선 여객 정기편 운항을 모두 중단했고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부터 국내선 역시 운항을 중단했다. 제주항공(089590)이 유일하게 국제선을 유지하고 있으나 탑승률은 30%대에 불과하다.

관련기사



항공사들은 고강도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함과 동시에 유휴자산 매각 등으로 슬림화를 추진하고 있고 아시아나항공 역시 자본확충을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할 예정이다. 대형항공사를 비롯한 LCC 등 전 항공사는 순환휴업, 인력 휴직 등을 통해 인건비 절감도 진행 중이다. 일부 항공사들은 경영난으로 매각을 진행 중이지만 업황 악화로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부 항공사들이 3·4분기부터 연쇄적으로 자본잠식이 시작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의 유동성 지원으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는 해결했으나 부채비율이 늘어나며 자본잠식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실제로 지난 1·4분기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이고 이스타와 에어서울은 지난해 4·4분기부터 자본잠식이 시작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을 시작으로 고정비를 줄이는 구조조정이 현실화됐다”며 “항공사들은 자본확충에 나서 부채비율을 줄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2·4분기에는 적자 폭을 만회하기 위해 운항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중국·미주·유럽 노선 등의 운항 재개를 준비 중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됐을 때를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는 이유에서다. LCC들은 국내선의 운항을 확충하며 단거리 노선 수요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코로나19의 재확산 기미가 보이고 있어 낙관적이지는 않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완화되더라도 국내 항공사들은 경쟁심화 구도로 인해 업황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업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전 세계적으로도 필수적이나 국내는 규모와 속도 모두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며 “항공사들은 유동성 지원에 앞서 LCC 공급과잉과 양대 국적사의 과도한 부채비율 문제 등을 해결하는 것이 생존 비법”이라고 말했다.


박시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