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오는 21일로 개최될 예정된 올해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내우외환에 고심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반세기 만에 역성장으로 추락한 경기의 회복과 미중 무역전쟁 재연 등 각종 숙제가 중국을 억누르고 있다. 대만의 분리 움직임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중국이 대규모 부양책을 동원하는 등 상황 반전의 지도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7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지린성 수란시가 전날 ‘도시 봉쇄’된 데 이어 이날에는 쑨춘란 부총리가 지린성 성도 지린시와 수란시에 급파됐다. 쑨 부총리는 앞서 코로나19 발원지 우한에 ‘중앙지도조’를 이끌고 파견돼 사태를 진정시킨 바 있다. 그가 다시 움직일 정도로 지린성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란시 집단감염의 여파로 지린성과 인근 랴오닝성의 확진자 및 접촉 격리자가 총 8,000명을 넘어섰으며 점차 확대되고 있다.
최근 우한의 일부 지역이 재봉쇄됐을 정도로 이미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양회를 ‘코로나19 승리 선언’의 무대로 삼으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지도부에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장예쑤이 전인대 외사위원회 주임은 “중국이 코로나19 역외 유입과 국내 재유행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책임론에서 비롯된 미중 갈등이 화웨이 문제 등 본격적인 무역전쟁으로 재연되는 것도 중국 지도부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자국 기업의 합법적 권리를 결연히 지킬 것”이라면서 “미국 측은 중국 기업에 대한 불합리한 압력을 즉각 중단하기를 촉구한다”고 일단 큰소리를 쳤다. 다만 미중 갈등이 전면전으로 비화된다면 중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20일 대만에서 차이잉원 총통 2기 취임식이 열리는 것을 계기로 대만의 분리독립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것도 신경 쓰인다. 차이 총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점차 탈중국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이 연초부터 대만 인근 해상에서 항공모함까지 동원하며 훈련 강도를 높이는 데 대해 미국은 해상전력을 전진 배치하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대만 간의 우발적 충돌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일단 중국 지도부는 단기적으로 이번 양회를 통해 경제 살리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6.8%(전기 대비 -9.8%)에 그치며 문화대혁명이 종결된 1976년 이후 거의 반세기 만에 역성장한 충격을 극복하는 게 핵심이다. 올 한해 성장률 목표로 3% 내외가 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위해 재정·통화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에서는 중국 정부가 재정적자율을 지난해의 2.8%에서 올해는 3~3.5%로 확대하는 것을 비롯해 인프라 시설 등에 투입되는 특수목적채권 발행액을 지난해의 두 배인 4조위안 내외로 확대하는 안을 이번 양회에서 제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양회 자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간략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5,000여명의 지방대표와 3,000여명의 국내외 취재진이 몰렸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대폭 축소되고 회의와 취재도 영상회의 등 비대면 방식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공식 실업률이 이미 6%를 넘어서는 등 사회안정이 흔들리는 가운데 중국 지도부가 국내외 난관을 타개할 비전을 보여줄 시험대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