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대결별' 배수진 미중 냉전…컨틴전시플랜 만들어야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1979년 수교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모든 관계를 끊을 수 있다”고 말하자 중국은 관영매체를 통해 “대미 관계의 핵심 분야에서 관계 단절을 준비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양국의 무역 갈등에 이어 중국의 인권 문제까지 거론되고 남중국해에서는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가 ‘대결별(Great Decoupling)’이라고 규정할 정도로 신냉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미래의 헤게모니를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중국 화웨이로의 반도체 수출 규제 대상을 미국의 기술을 활용하는 해외 기업으로 확대하자 중국은 애플과 퀄컴에 대한 제재와 동시에 보잉사의 항공기 구매 중단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중국 내 생산기지를 미국이나 인도·베트남 등으로 돌려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친미(親美) 경제블록’ 구상마저 나온다. 세계 경제질서 재편을 둘러싼 패권다툼이 미국 대선이 끝난 뒤에도 계속될 것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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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우리 기업들이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대만의 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가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미국 공장 건설을 발표했듯이 삼성전자 등도 비슷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손을 들어주다가 자칫 중국 기업과의 네트워크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런 형국이 반도체 외에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 국면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감당할 수위를 넘었다.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범정부 차원의 복합적인 컨틴전시플랜이 시급하다. 중국 외의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는 수출시장 다변화의 속도를 높이되 수출 위축에 대비해 내수 활성화에 고삐를 죄어야 한다. 경제와 안보 등 여러 방면에서 두 강대국의 선택을 강요받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굳건히 지키면서도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실사구시 차원의 외교 역량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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