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66일 만의 골프대회에서...'소년 매킬로이'를 만났다

美 스포츠 올스톱 후 첫 경기로

매킬로이·존슨 vs 파울러·울프

코로나 성금 마련 자선 골프매치

골프백 멘 매킬로이, 경기 내내 미소

110만弗짜리 웨지샷으로 역전승

깜짝통화 트럼프 "스포츠는 美영혼"

로리 매킬로이(오른쪽)가 18일 자선 대회인 드라이빙 릴리프에 출전해 골프백을 직접 멘 채 이동하고 있다. /주노비치=AFP연합뉴스로리 매킬로이(오른쪽)가 18일 자선 대회인 드라이빙 릴리프에 출전해 골프백을 직접 멘 채 이동하고 있다. /주노비치=AFP연합뉴스




2대2 자선 대회 승리를 합작한 뒤 멀찍이 떨어져 환호하는 더스틴 존슨(왼쪽)과 로리 매킬로이. /주노비치=AFP연합뉴스2대2 자선 대회 승리를 합작한 뒤 멀찍이 떨어져 환호하는 더스틴 존슨(왼쪽)과 로리 매킬로이. /주노비치=AFP연합뉴스


‘ENJOY GOLF’ 문구가 눈에 띄는 리키 파울러의 골프화. /주노비치=AFP연합뉴스‘ENJOY GOLF’ 문구가 눈에 띄는 리키 파울러의 골프화. /주노비치=AFP연합뉴스


골프백을 메고 대회장으로 들어서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얼굴은 플로리다의 강렬한 햇살을 받아 유난히 반짝였다. 경기를 준비하는 내내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 그의 모습은 마치 골프에 처음 취미를 붙이던 소년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세계 골프 무대를 주름잡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스타들이 마침내 골프팬들 앞에 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PGA 투어가 멈춘 뒤 66일 만, 미국 내 스포츠를 통틀어서도 3월 중순 이후 처음 벌어지는 경기였다. 세계랭킹 1위 매킬로이는 18일(한국시간) 미국 주노비치의 세미놀GC(파72)에서 5위 더스틴 존슨(미국)과 팀을 이뤄 리키 파울러(27위·미국), 매슈 울프(110위·미국) 조와 2대2 대결을 펼쳤다. 파울러·울프는 랭킹은 다소 떨어지지만 대중적 인기가 높은 선수들이다. 파울러의 골프화에는 코로나 시대라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ENJOY GOLF(골프를 즐겨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총상금 300만달러가 걸린 이 대회 이름은 ‘테일러메이드 드라이빙 릴리프’. 각 홀에 걸린 일정액을 해당 홀 승리 팀이 가져가는 스킨스게임으로 진행됐다. 상금은 선수가 갖는 대신 코로나19 대응 단체에 기부됐다. 매킬로이·존슨 조는 미국간호사재단, 파울러·울프 조는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대표해 경기한 뒤 각각 해당 단체에 상금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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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투어 대회가 아닌 자선 이벤트였지만 골프를 기다린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시청자들에게 휴대폰 문자로 성금을 모았는데 짧은 시간에도 무려 60만달러(약 7억3,000만원)가 모였다. 상금에 총 버디 16개로 만든 보너스, 후원사 성금 등을 더해 이날 이벤트를 통해 쌓은 의료진 지원금은 총 550만달러(약 67억7,000만원)가 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카메오’ 역할로 나섰다.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중 중계진과의 통화에서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하루빨리 골프 대회가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며 “스포츠는 미국의 영혼이다. 사람들이 가득 찬 경기장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에서는 매킬로이·존슨 조가 11개의 스킨으로 185만달러의 상금을 가져가며 승리를 차지했다. 파울러·울프는 7개 스킨을 따내 115만달러를 합작했다. 넷 중 버디는 파울러가 가장 많이(7개) 몰아쳤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매킬로이가 가져갔다. 마지막 6개 홀의 승부가 가려지지 않아 110만달러가 쌓인 가운데 17번홀(파3·120야드)에서 치러진 니어핀 방식의 연장에서 그가 주인공으로 우뚝 솟아올랐다. 매킬로이의 손을 떠난 웨지 샷은 강한 바람을 뚫고 홀 옆 3m에 멈춰 섰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짜릿한 연장승의 순간에도 존슨과 2m 거리를 유지한 매킬로이는 “하이파이브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런 어색한 상황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훌륭한 취지로 동료들과 모여 환상적인 시간을 보냈다. 코스에 다시 서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느낌을 받은 게 특별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2개 홀에서 진행된 롱기스트 드라이브 콘테스트에서는 울프가 각각 356야드와 368야드를 찍어 45만달러를 모두 챙겼다.

이날 경기는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노 캐디’로 진행됐다. 반바지 차림의 선수들이 단출한 스탠드백을 직접 메고 18홀을 돌았다. 그린에서 퍼트 라인을 두고 자유롭게 상의했고 투어 경기에서는 금지된 거리측정기도 사용했다. 고무래를 치워놔 발로 벙커를 정리해야 했으며 그린 위 깃대는 PGA 투어 룰 담당 부회장이 따라다니며 뽑고 끼웠다. 갤러리 환호를 차단한 코스에는 중계진 등 약 50명만 입장했다. 대신 선수들이 방송용 마이크를 차고 경기해 생생한 대화와 농담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파울러는 “골프를 다시 한다는 게 보너스를 받은 것처럼 감사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오는 24일에는 타이거 우즈와 필 미컬슨의 ‘더 매치’가 펼쳐지며 PGA 정규투어는 6월11일 찰스 슈와브 챌린지를 시작으로 재개될 예정이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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