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료·실리콘 제조업체 KCC(002380)는 지난 분기에 영업이익이 2% 가까이 늘었지만 순손실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폭락장으로 보유 시장성지분증권(주식) 가치가 6,000억원 가까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KCC는 삼성물산·한국조선해양 등 대기업의 지분 2조원어치를 보유하는 등 주식투자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C는 올해 1·4분기 2,70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분기(332억원)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KCC의 영업 실적은 당기순손익만큼 나쁘지 않았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4% 증가한 205억원에 달했다. 매출액은 미국 실리콘 업체 모멘티브를 인수한 영향에 지난해보다 97.8% 증가한 1조2,56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적자를 기록한 가장 큰 이유는 회사가 투자 중인 주식 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KCC의 보유 금융상품 가치는 1·4분기에 5,760억원이나 떨어졌다. 보유 시장성지분증권 가치가 지난해 말 2조5,600억원에서 지난 3월 말 1조9,800억원으로 줄었다. KCC 관계자는 “분기보고서 작성 시점인 3월 말 코로나19로 주식 시황이 안 좋았기 때문에 당기순손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투자손실이 기업 가치나 신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의 현금화·재테크 능력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KCC는 부채를 시급히 갚기 위해 주식을 팔아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영업능력’과는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본업과 상관없는 분야에서 나온 손실이기 때문이다. KCC는 투자 주식 가격 변동 대부분을 금융손익에 반영한다. 금융손익은 순손익에는 포함되나 영업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일부 상장사는 지분 가치를 포괄손익에 반영해 보유 주식 가치가 떨어져도 당기순이익이 줄지 않는다.
실제 KCC의 자산가치를 보려면 보유 주식이 3월 말보다 얼마나 올랐는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이 평가손실은 3월 말 주가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KCC가 지분 8.97%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18일 주가는 3월31일보다 9.5% 올랐다. KCC가 가진 삼성물산 주식 수를 반영하면 2개월도 안 돼 1,460억원의 평가이익을 거뒀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1·4분기 보고서에 나온 평가손익은 3월 말 기준”이라며 “반드시 최근 주가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