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과속대출은 필연적으로 부실을 잉태한다는 점이다. 18일 나온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3월 말 0.39%로 전달보다 0.04%포인트 하락했지만 코로나19의 파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결과다. 경제상황이 2·4분기 들어 더 악화하는 점을 감안하면 대출 부실화도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 한국은행 조사에서도 2·4분기 은행 대출의 신용위험지수가 38로 3년 만에 가장 높았다.
반면 저금리의 여파로 수익구조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은 1·4분기 1.46%에 그쳐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은행 대출이 급증한 것은 자금난에 처한 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한 측면이 크지만 저금리 극복을 위해 무리하게 영업에 나선 탓도 적지 않다. 수익이 떨어지자 실적을 채우려 금융을 모르는 고령·은퇴자들의 자금까지 함부로 굴렸고 이것이 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졌다. 국제결제은행(BIS)이 한국의 민간부채 증가 속도에 대해 비상벨을 울린 것도 이런 흐름과 닿아 있다. 민간의 빚이 금융으로 전이되면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의 부담이 커지게 되고 결국 유럽식 재정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코로나19의 경제적 쇼크가 금융 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식하고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한다. 2금융권뿐 아니라 은행들의 건전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하고 중장기적 거시경제 흐름까지 반영해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금융중심지 조성 방안’도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기본으로 자산운용 실력을 쌓아나갈 때 가능하다.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금융산업 또한 위기에서 기회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