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손꼽히는 재무·전략통으로 ‘덕장’이라는 평가를 받아 온 김옥찬 전 KB금융지주 사장이 홈앤쇼핑 대표로 사실상 선임됐다.
19일 홈앤쇼핑은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 단독 후보자로 김 전 사장을 결정했다. 주주총회에서 가결되면 대표로 확정된다. 후보에는 김 전 사장과 하준 전 현대그룹 전무 등이 올랐지만 김 전 사장이 최종 선택됐다. 김 전 사장은 금융권 대표적인 재무·전략통으로 손꼽힌다.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품으로 덕장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 때문에 홈앤쇼핑 이사회는 이 전 사장이 장기간 CEO 공백 사태를 맞고 있는 조직을 추스리는 데 적임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사장은 사실상 홈앤쇼핑 대표로 결정된 직후 본지와 통화에서 “홈앤쇼핑이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지원을 위해 설립됐지만 다른 대기업 계열의 홈쇼핑과 비교하면 여전히 열세”라며 “조심스럽지만 (주총에서 통과되면) 대기업 계열 홈쇼핑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역량을 키우데 집중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홈앤쇼핑은 지난해 11월 경영진 비리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로 최종삼 전 사장이 물러나면서 6개월간 대표가 공백 사태를 맞고 있다. 최상명 우석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경영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자문위원 선정 문제로 노조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올 신년 간담회에서 협력업체를 모아 놓고 3분 만에 퇴장해 ‘협력사 홀대’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홈앤쇼핑의 과점주주주로 인한 지배구조 취약성 때문에 이해관계가 얽혀 서로 CEO 흔들기를 하다 보니 임기를 마친 CEO가 없을 정도다. 홈앤쇼핑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분 33%로 최대주주지만 농협중앙회(15%), 중소기업유통센터(10%), 중소기업은행(10%) 등 사실상의 정부 지분이 많아 때만 되면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사장이 홈앤쇼핑 대표에 오르면 이 같은 해묵은 난제를 딛고 새로운 성장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실제 홈쇼핑 시장에서는 CJ ENM(CJ 오쇼핑)이 25%로 1위고 GS홈쇼핑(21%), 현대홈쇼핑(18%), 롯데홈쇼핑(17%) 등 대기업 계열사 4곳이 시장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홈앤쇼핑 점유율은 7%로 NH쇼핑과 경합 중이다. 한편 2011년 설립된 홈앤쇼핑은 TV방송 판매 상품 80% 이상을 중소기업 상품으로 구성한 중소기업 전용홈쇼핑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4,074억원, 영업이익은 409억원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