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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진출 쉽지 않네…'다변화' 사력 모비스, 헝가리 자회사 청산



2020년을 비(非) 현대·기아차 매출 증대의 ‘원년’으로 삼았던 현대모비스의 목표가 지연되고 있다. 유럽 진출의 전초기지로 활용하려 했던 헝가리 법인을 올 들어 청산하는 등 특히 유럽시장에서 매출처 다변화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일부 성과를 내고 있는 북미와 중국을 기반으로 현대·기아차 외 완성차 업체들의 문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속 두드리겠다는 전략이다.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지난 2018년 설립한 헝가리 법인을 올해 초 청산했다. 헝가리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본고장’인 유럽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꼽힌다. 유럽 7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고 고속도로와 철도망도 잘 깔려 있는 중부 유럽의 물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유럽 전기차 시장을 노리는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의 배터리 생산기지가 위치해 있기도 하다.

현대모비스 또한 헝가리 법인을 세우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부품을 납품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 모회사인 다임러에 전기차 부품을 공급하는 계약이 성사단계까지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체적인 조율 과정에서 공급계약이 결렬되면서 현대모비스는 결국 헝가리 법인 청산을 결정하고 주재원을 철수시켰다. 회사 관계자는 “유럽 시장의 전반적인 공급망과 수주시장 점검을 위해 헝가리 법인을 세웠고 필요하면 신규 공장을 세울 계획이었다”며 “그러나 현재 상태로 유럽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으로 결론이 나 청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현대모비스가 다임러 등 유럽 완성차 업체에 부품 공급을 위해 공장을 지을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기술 수준이 높고 부품 업체들의 진입 장벽 또한 높은 시장”이라며 “헝가리 법인 청산은 코로나19 이전에 일어난 일로, 현대모비스도 유럽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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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는 박정국 사장이 “현대차그룹 중심 매출구조에서 벗어나는 게 2020년 목표”라고 밝힐 정도로 매출처 다변화에 힘을 쏟아왔다. 올해 현대모비스는 지난해보다 55% 늘어난 27억3,000만달러(약3조3,450억원)의 매출을 비 현대·기아차로부터 거두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작년 매출 기준으로는 약 8.8%에 이르는 수치다. 그러나 코로나19 등으로 사실상 목표치를 채우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매출의 5.7%가 비 현대차그룹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완성차 영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세계 7위 부품사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논 캡티브(non-captive·비 현대차그룹)’와 ‘캡티브(현대차그룹)’ 간 선순환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고영석 현대모비스 기획실장은 올 초 ‘CES 2020’ 인터뷰에서 “중장기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필요한 역량을 갖춰서 꾸준히 가야 하는 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비록 유럽시장 진출이 녹록지 않지만 현대모비스의 노력은 미국과 중국 등에서는 결실을 보고 있다. 미국 GM과 FCA 등 메이저 업체에 헤드·리어램프와 디스플레이모듈, 중앙 컨트롤 장치 등을 공급하고 있고 중국에선 로컬 브랜드들에 기존 부품뿐 아니라 새로 개발한 헤드업디스플레이 등을 공급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비록 코로나19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얼어붙어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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