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글로벌 다층 균열 위기, 가치동맹의 길로 가야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경제뿐 아니라 정치와 안보·군사·인권 등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8년 동안 중단됐던 핵실험을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중국이 저위력의 핵실험을 실시하자 자신들도 언제든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중국 정부가 22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제출한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안은 미중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뇌관이다. 미국이 보안법 제정에 대응해 경제·통상 분야에서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등 보복을 시사했지만 해결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조치를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남중국해 군사훈련, 친미국가 중심의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상 등 휘발성 강한 소재가 몰아치며 양국 관계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럽과 일본·러시아 등까지 헤게모니 전장에 끼어드는 양상이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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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가 ‘글로벌 대균열’이라 할 만한 다층적 위기로 흘러가면서 우리 정부도 더 이상 기계적 균형과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 힘들게 됐다. 물론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기대는 ‘안미경중(安美經中)’ 구조를 지닌 한국으로서는 고난도의 외교행위가 필요하다. 하지만 어려울수록 원칙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국제정세 흐름에 실용적으로 대응하되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가치동맹’을 중심에 둬야 한다. 강대국 간 이해가 부딪치는 한반도 정세에서는 실사구시 차원에서 특정국가와의 충돌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경제·법치주의·인권 등의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가운데 복잡한 국제현안에 대해 일관된 목소리를 내면서 중심을 잡아가야 한다. 어설픈 등거리 외교를 펼치다가는 ‘사드 사태’로 타격을 받은 것 이상의 가혹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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