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일선 법관들에게 국민 중심의 재판을 강조했다. 이는 법과 원칙을 강조했던 전임 대법원장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로 일각에서는 ‘김명수 사법부’가 원칙보다는 여론에 휘둘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 대법원장은 25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정기회의 인사말을 통해 “좋은 재판은 국민을 중심에 둔 재판”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는 재판과 사법행정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논의를 해왔다”며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법원장 추천제와 경력 대등 재판부 제도를 확대 실시하고 있고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10분 남짓의 짧은 연설에서 ‘국민’을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국민 눈높이에서 어떤 재판이 좋은 재판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사말 말미에도 “재판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국민이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해주기를 기대한다”며 재차 거론했다.
이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법과 원칙을 강조해온 역대 대법원장들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지난 2009년 전국법관워크숍에서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면서 외부에서 (법원에) 전달되는 소리는 보편적인 것이어야 한다”며 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법원이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게 보다 근본적인 과제라는 의미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재판을 받는 사람이 국민이기에 국민을 생각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만 법관들이 혹여나 ‘여론재판’에 비중을 두게 될까 걱정된다”며 “최근 여론이 미치는 영향이 커진 만큼 사법부는 외풍에 휘둘리는 것을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