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열린 2차 기자회견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윤 당선자는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정치권에 진출했고 정의연은 투쟁 과정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해 뒷돈을 챙기는 데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이 할머니가 윤 당선자 개인 비리와 정의연 회계 문제를 검찰이 책임지고 밝혀야 한다며 힘을 실어준 만큼 수사당국의 움직임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자회견에서 이 할머니는 윤 당선자를 언급하며 ‘배신’과 ‘사리사욕’이라는 단어를 거듭 사용했다. 시민운동 과정에서 만난 윤 당선자와 그동안 협력해왔지만 결과적으로 자신들을 포함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이용만 당했다는 것이다. 이 할머니는 “이 사람(윤미향)은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으면 하고 아니면 내팽개쳐버린다”며 “나한테 이야기도 없이 사리사욕을 챙겨서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나갔다”고 비판했다.
마지막까지 기자회견에 참석할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나왔던 윤 당선자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앞서 이뤄진 1차 기자회견에서 이 할머니가 정의연 회계 문제를 지적하자 윤 당선자는 지난 19일 이 할머니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할머니 측 관계자는 “윤 당선자는 오늘 회견장에 오지 않았다”며 “정의연 관계자가 참석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이 할머니께서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이셨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자와 함께 대구 지역에서 위안부 운동을 해온 다른 시민운동가들의 모습도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정의연 회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자기도 예상하지 못한 수준이라며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해 돈을 유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먼저 이 할머니는 “첫 회견 때는 생각지도 못한 게 너무도 많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정의연이 할머니들에게 쓰여야 할 돈을 착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 할머니는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사람이 챙긴 것 아니냐”며 “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아먹었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이 할머니는 윤 당선자 개인 비리와 정의연 회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검찰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저더러 위안부, 성노예 소리를 해가며 이렇게 팔아가며 무엇을 했느냐”며 “안성에 쉼터를 화려하게 지어놓고 윤미향 대표 아버님이 사셨다고 하던데 이런 엄청난 것은 검찰 쪽에서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정의연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이날 기자회견 이후 수사 속도를 더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윤 당선자가 오는 30일부터 정식 국회의원으로 신분이 전환되면 불체포 특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회의 동의 없이는 윤 당선자에 대한 구속수사가 불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정의연 논란을 직접 수사 중인 검찰이 윤 당선자의 의원 임기가 시작되기 전에 후원금 횡령 등 혐의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언론들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당초 7일 1차 기자회견이 열린 대구 남구 봉덕동의 찻집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기자들이 많이 몰리자 수성구에 위치한 인터불고호텔로 장소가 갑자기 바뀌기도 했다. 이 할머니를 도와 기자회견을 준비한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시민모임) 측은 애초 기자회견을 준비하던 장소인 찻집이 40여명의 인원만 수용할 수 있어 협소해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시민모임은 “할머니가 연세가 많아 쇼크를 받을 수 있다”며 “과도한 취재경쟁은 자제해달라”고 거듭 설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