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단독]카카오·삼성화재 합작 디지털 손보사 설립 끝내 무산

카카오 단독으로 예비인가 추진




카카오와 삼성화재(000810)의 합작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 작업이 끝내 무산됐다. 만성 적자 사업인 개인용 자동차보험 진출 문제를 두고 양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다. 카카오는 새로운 파트너 없이 단독으로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26일 보험업계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카카오와 삼성화재는 전날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위해 결성한 태스크포스를 해산하고 관련 논의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당초 카카오와 삼성화재는 카카오페이가 지분율 50% 이상으로 경영권을 보유하고 삼성화재가 전략적 동반자로서 15~20%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는 합작 디지털 손보사를 설립할 계획이었다. 양사는 지난해 9월 TF를 구성해 디지털 손보사 설립 방안을 협의했고 올 상반기 중 금융위원회 예비인가 신청을 목표로 세부사항을 논의해왔다.


양사 모두 신설 법인이 출시하는 생활밀착형 보험이 기존 상품과 차별화되는 것은 물론 안정적인 수익도 담보돼야 한다는 대원칙에 공감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은 개인용 자동차보험 진출 여부였다. 모빌리티 사업에서 강점을 보여온 카카오가 온라인 차보험 진출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반면 이미 다이렉트 차보험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화재는 정부의 보험료 통제를 받는 차보험 사업을 신생 법인에서 중복으로 영위한다는 점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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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견을 조율할 의사결정기구에 대해서도 양사의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카카오는 신설 법인의 이사회를 통해 사업방향, 수익성 검증 등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자고 주장한 반면 삼성화재는 보험 전문가로서 지분율 이상의 의견 반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자동차보험은 최근 20년간 단 한 차례 흑자를 냈을 정도로 만성 적자 상품으로 지난해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에서만 1조6,645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냈다. 이 가운데 삼성화재의 영업손실이 약 3,500억원으로 추정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와 카카오페이의 대주주인 알리페이로서는 보험업 진출과 동시에 몸집을 단기간에 불릴 수 있는 개인용 자동차시장을 포기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삼성화재로서는 이미 적자를 내고 있는 사업을 합작법인에서 또다시 안고 갈 명분이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는 새로운 파트너 없이 단독으로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추진할 방침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지분구조와 예비인가 신청 시점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당국과 협의를 통해 설립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4,400만명에 달하는 월평균 사용자를 보유한 카카오와 국내 독보적 1위 손보사인 삼성화재가 손을 잡으면서 보험업 판도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던 만큼 양사는 합작 법인 설립 대신 신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계속 유지하며 사업기회를 엿본다는 방침이다. 전날 양사는 카카오 생태계를 활용한 고객서비스 협업, 생활밀착형보험 독점 공급 등의 형태로 전략적 제휴를 이어가기로 하고 서울 서초동 삼성화재 본사에서 신시장 진출을 위한 포괄적 업무제휴를 맺었다. 현대자동차그룹, SK텔레콤, 한화손해보험 등이 합작 투자한 국내 1호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이 올 초부터 퍼마일 보험 등 혁신적인 상품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데다 네이버에서 분사한 네이버파이낸셜이 보험업 진출을 예고하는 등 올해 보험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는 만큼 카카오와 삼성화재 역시 기존보다는 느슨하지만 공고한 협력 관계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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