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신남방 호구 더이상 안돼" 옳다구나 무릎 친 김정태·조용병

['신한-하나 동맹' 결성 뒷이야기]

해외 출혈경쟁에 푸대접 심해져

직원 제안 아이디어 행장이 수용

두 회장 30년 신뢰로 일사천리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금융 거물 간 ‘적과의 동침’은 직원들의 ‘의문’에서 시작됐다. “신남방 지역에서 국내 금융사 간 제 살 깎기 혈투를 계속 해야 하나”며 직원들이 낸 협력 아이디어를 글로벌 사업에 밝은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전폭 수용했고, 이후 두 은행장의 보고에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역시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두 회장의 30년 인연 속에 ‘너라면 믿을 수 있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유례없는 ‘신-하 동맹’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이벌 관계의 껄끄러운 두 금융사가 파격적으로 ‘맞손’을 잡은 배경을 보면 이익보다는 ‘국부유출’을 막겠다는 소명이 더 컸다는 후문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신남방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국내 금융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지 금융당국과 업계로부터 갈수록 푸대접을 받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2~3년간 해외에서 투자은행(IB) 거래시 국내 금융사 간 출혈 경쟁을 이용해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는 사례도 빈번해졌다. 사정은 신한금융도 다르지 않았다. 소속사를 떠나 해외IB데스크 직원들이 모이기만 하면 ‘같이 힘을 합치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사 간 출혈을 지양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하자 인수합병 때 컨소시엄 구성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이를 전해 들은 진 행장과 지 행장은 단번에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올 1월 말께 ‘행장 회동’이 성사되자 글로벌 사업 협력방안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진·지 행장은 누구보다 해외영업의 구조적인 한계를 잘 알고 있는 인사여서 경쟁구도를 탈피하고 ‘판’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중국과 일본에서 경력을 밀도 있게 채운 ‘해외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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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실무진 회의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특히 구체적인 협력모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한 방’은 회장의 결심이었다. 조·김 회장 모두 그간 해외에서 국내 금융사 간 경쟁 자체가 국부유출이라고 안타까워했는데, 협력모델을 보고받고 크게 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위선양 차원에서 접근하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일부 회의는 두 회장이 직접 참석해 합의를 주도했다.

또 다른 합의의 배경은 서로에 대한 신뢰였다. 1988년 신한은행 영등포지점에서 함께 근무한 ‘형’ 김 회장(68)과 ‘동생’ 조 회장(63)은 근무가 끝나면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며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그랬던 그들이 32년의 시간이 흘러 국내 대표 금융지주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금융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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