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뻔한 경주 고분서 43년만에 '금동신발' 출토

도시 전체가 보고(寶庫)인 경주의 황남동 고분에서 금동 신발이 출토됐다. 경주의 신라 고분에서 신발이 출토된 것은 1977년 경주 인왕동 고분군 조사 이후 43년만이다.

문화재청은 27일 경주시가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의 하나로 신라문화유산연구원에 의뢰해 추진 중인 ‘경주 황남동 120호분’ 조사에서 금동 신발과 허리띠 장식용 은판, 각종 말갖춤 장식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고 밝혔다. 아직 발굴조사의 초기 단계지만 금동 신발 등 출토 유물의 중요성을 고려해 문화재청은 이날 언론간담회 등 발굴 현장을 공개하기로 했다.



금동 신발은 이곳 신라 고분에 묻힌 피장자 발치에서 지난 15일 출토됐다. 신발은 표면에 ‘T’자 모양의 무늬가 뚫려 있고, 둥근 모양의 금동 달개(瓔珞·영락)가 달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주 황남대총 남분에서도 출토된 금동 신발과 비슷한 형태다. 신라 무덤에서 출토된 신발은 실생활에 사용하던 것이 아니라 죽은 이를 장사 지내 보내는 장송 의례(葬送儀禮)를 위해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적 제512호 경주 대릉원 일원 내 위치한 황남동 120호분은 일제강점기에 번호가 부여된 고분이다. 이후 주변에 민가가 조성되는 등 훼손되면서 고분의 존재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 처했다. 이에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지난 2018년 5월부터 120호분의 잔존 유무와 범위 등을 파악해 앞으로 진행할 유적 정비사업에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발굴조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120호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것이 하나의 무덤이 아니며 북쪽에 120-1호분, 남쪽에 120-2호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