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8,000만원 미술품, 경매 시작가 '0'원인 이유는?

미술계도 착한 소비..서울옥션 '#아트서클' 첫도전

낙찰금액 50%로 후배 작가 창작지원하는 프로젝트

29일 온라인경매에 윤명로, 김창열 등 원로 참여

미술시장 선순환 위해 고가 작품들 0원부터 입찰

원로작가 심문섭의 ‘프리젠테이션’이 낙찰금액의 50%를 후배작가 지원에 쓰이는 ‘#아트서클’ 경매에 나왔다. 8,000만원의 고가 작품이지만 시작가 0원에 선보였다.원로작가 심문섭의 ‘프리젠테이션’이 낙찰금액의 50%를 후배작가 지원에 쓰이는 ‘#아트서클’ 경매에 나왔다. 8,000만원의 고가 작품이지만 시작가 0원에 선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심각했던 지난 3월 중순, 영국의 한 미술가가 SNS를 통해 ‘#아티스트 지원 서약(#ArtistSupportPledge)’이라는 운동을 시작했다. 전업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 가격을 약 30만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판매하고, 여기서 150만원(1,000파운드) 이상을 벌면 다른 작가의 작품 200파운드 어치를 사주는 방식으로 예술가들이 서로 ‘후원’하는 방식의 작품 판매 프로젝트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예술계 활동이 마비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나온 고육책은 큰 관심을 끌어 3개월 만에 약 20여만 명의 작가와 컬렉터가 이 운동에 참여했고 약 300억원(2,000만 파운드) 규모의 거래를 창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두고 “가격 상한선을 둬서 대중에게는 진입 문턱을 낮춰주고 예술가들은 생계비를 벌게 하는 영리한 방식”이라며 “코로나19로 온라인 예술시장이 커지면서 작가들의 창의적인 상호 지원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영국과 미국뿐 아니라 인도에도 새로운 온라인 미술교류 플랫폼이 열렸다. 작가들이 웹으로 작업 과정을 보여주고 작품을 소개해 판매하는 ‘아트체인인디아’ 운동이다. 이 역시 약 80만원(5만루피)을 벌면 15만원(1만루피) 정도의 다른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는 식으로 미술시장 생태계의 ‘선순환’을 강조했다.

국내 최대의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063170)도 ‘착한 미술 소비’ 움직임에 가세했다. 작가 혹은 컬렉터 등이 작품을 출품해 판매가 성사되면 낙찰가의 50%를 본인이 추천하는 작가의 작품 구매를 위해 적립하는 ‘#아트서클(#ArtCircle)’이다.


서울옥션 온라인경매를 통해 오는 29일 입찰 마감하는 첫 번째 ‘#아트서클’에는 43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대한민국예술원 미술분과 회장이기도 한 원로화가 윤명로(84)는 후배 작가 지원의 명분을 높이 사 30호 크기의 작품 ‘고원에서 MⅩⅥ-401’을 내놓았다. 갤러리에서는 4,500만원에 거래되는 고가 작품이지만 경매는 0원부터 시작했다.



김창열의 ‘물방울’(왼쪽부터), 고영훈의 ‘국화밥1’, 최영욱의 ‘카르마’ 등 고가의 작품들이 낙찰금액의 50%을 후배작가 지원에 쓰이는 ‘#아트서클’ 경매에 출품됐다.김창열의 ‘물방울’(왼쪽부터), 고영훈의 ‘국화밥1’, 최영욱의 ‘카르마’ 등 고가의 작품들이 낙찰금액의 50%을 후배작가 지원에 쓰이는 ‘#아트서클’ 경매에 출품됐다.


‘물방울’로 유명한 김창열(91)도 화랑에서 7,500만원에 판매되는 작품 ‘회귀’를 출품해 힘을 보탰다. 설치와 조각 작품으로 유명한 심문섭(77)의 평면작업 ‘더 프리젠테이션’도 전시 가격이 8,000만원이지만 시작가 0원으로 참여했다. 이들 원로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쉽사리 경매에 내놓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후배들을 지원하는 데 기꺼이 동참하기로 했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노은님, ‘생명의 노래’ 연작으로 유명한 김병종, 시(詩)적인 여인상의 박항률, 물감을 켜켜이 쌓는 수행적 작업의 김태호, ‘숯의 화가’라 불리며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약하는 이배 등이 함께 했다.

서울옥션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미술시장의 창작, 유통, 소비, 기부의 선순환을 다지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면서 “경매를 통해 미술품을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미술 생태계에 기여하는 착한 소비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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