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중국 디지털화폐 도입 늦어지나…인민은행장 "정식 시간표 없어"

내부 테스트 공식화로 도임 임박 관측 속 기대감 낮춰

'안전·통제가능·혁신·실용' 4대원칙 강조…달러 패권 도전 의도 관측도

유출된 건설은행(왼쪽)과 농업은행(오른쪽)의 법정 디지털 위안 전자지갑./신랑재경 캡처유출된 건설은행(왼쪽)과 농업은행(오른쪽)의 법정 디지털 위안 전자지갑./신랑재경 캡처



중국의 법정 디지털 화폐 출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무성한 가운데 이강 중국 인민은행장이 아직 도입 일정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라며 기대감 낮추기에 나섰다.

27일 인민은행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행장은 관영 금융시보와 인터뷰에서 “현재 진행 중인 시험은 연구개발 과정의 일반적인 업무로서 디지털 위안화가 정식으로 도입되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언제 정식 도입될 것인지와 관련해서는 아직 시간표가 없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인민은행의 디지털 위안화 연구개발 업무가 순서에 따라 안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안전·통제 가능·혁신·실용’이라는 4대 원칙을 바탕으로 선전, 쑤저우, 슝안, 청두 및 향후 동계올림픽 개최 장소에서 폐쇄식 내부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 경제가 세계 경제 성장에서 날로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며 “법정 디지털 화폐의 연구와 응용은 우리나라 디지털 경제의 빠른 발전을 도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달부터 중국 인터넷에서는 농업은행 등이 시험 운영 중인 법정 디지털 화폐 전자지갑 사진이 속속 유출되면서 조만간 정식으로 디지털 화폐가 도입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었다. 2014년부터 디지털 화폐 연구를 시작한 인민은행은 지난 4월 일부 은행의 전자지갑 사진 유출 이후에는 관련 연구 진행을 공식화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을 한껏 자극했다.

이강 중국 인민은행장./AP연합뉴스이강 중국 인민은행장./AP연합뉴스


이 행장의 이날 발언은 디지털 화폐 도입에 관한 시장의 눈높이를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근 미중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법정 디지털 화폐 발행 추진 과정이 지나치게 주목받는 것을 꺼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행장의 발언은 중국의 법정 디지털 화폐 도입이 임박했다는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며 “그들은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미국 달러의 위상을 저해하려 한다는 사고를 누그러뜨리려 한다”고 분석했다.


이 행장의 ‘속도 조절’ 발언에도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중국이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법정 디지털 화폐를 도입하는 나라가 될 것으로 본다. 중국 자신도 이미 디지털 통화 개발을 ‘기본적으로’ 마친 상태라고 설명한다. 중국의 결심에 따라 기술적으로는 정식 발행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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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은행이 발행할 디지털 화폐의 운영 방안도 큰 틀에서는 이미 확정돼 공개됐다. 중국의 디지털 화폐는 개발 단계에서는 ‘DC/EP’(Digital Currency/Electronic Payment)로 주로 불렸지만 최근 들어 고위 당국자들은 통상 ‘디지털 위안화’로 부르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는 현금 통화를 뜻하는 본원통화(MO)의 기능 일부를 대체하며, 인민은행이 시중은행과 이동통신사 등 운영기관에 먼저 배분하고 고객은 이들 운영기관을 통해 디지털 화폐를 받아 사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중국 정부는 비트코인이나 페이스북 리브라 등 ‘외부 세계’의 가상화폐 질서가 자국에 영향을 주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면서 정부가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를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당장은 자국 내부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주로 사용하도록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무역 결제, 해외 송금 등으로도 용처를 확대할 계획이어서 디지털 위안화가 ‘달러 제국’에 도전하려는 중국의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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