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주한미군 계속 주둔을 지지한다는 전제를 깔았지만 주한미군을 비핵화를 위한 흥정 카드로 동원한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체제 보장을 이유로 한미연합훈련 중단·폐지와 미군 철수를 주장해온 북한의 주장을 대변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북한은 수시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최근 ‘핵전쟁 억제력 강화’까지 꺼내 들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하며 비핵화 로드맵 제시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언을 한다면 북핵 폐기는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최근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수준을 넘어 본격적인 지원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 간부 교육을 위해 국제기구 통해 6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남북교류협력법을 개정해 우리 국민의 북한주민 접촉에 대한 신고 의무를 완화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에 매달리고 있다. 오죽하면 미국 정부가 남북협력은 북한 비핵화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겠는가.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과속하면 북한의 오판과 도발을 부를 뿐 아니라 비핵화는 더욱 멀어진다. 지금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 완전한 핵 폐기를 통한 한반도 평화 정착에 집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