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형철의 철학경영] 실패에 성공하라

<124>성공으로 가는 길

전 연세대 교수

인간은 '시도와 오류' 통해 배워 나가

작은 실패 자주하면 큰 목표 성취

두려워 말고 도전하는 자세 가져야

실패이유 모르는 가짜실패는 경계를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세상 살면서 한 번도 실패해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사람은 누구든지 실패를 한다. 가끔은 아주 쓰라린 실패를 한다. 내가 겪은 첫 번째 큰 실패는 중학교 입학시험에서 떨어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잔인한 일이었다.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6학년 때 벌써 인생의 시련을 맛보았으니. 세상에 실패를 원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패를 절대 하지 않는 비결 하나를 공개하겠다. 이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지면 가장 많이 나오는 답 몇 개가 있다.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하라, 연습을 많이 하라, 주의 깊게 관찰하라, 항상 겸손하라. 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를 취하더라도 실패할 수 있다. 내가 말하는 비결은 아주 간단하다. 삶의 목표를 버려라. 목표가 없으면 실패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실패만이 아니라 성공도 없어진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흔히 갖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에 자신의 인생을 걸어야 할지 잘 모르는 것이다. 어떤 젊은이는 목표가 너무 많아 걱정이다. 이것도 저것도 다 하고 싶은 것이다. 어떤 학생은 목표를 끊임없이 바꾸기도 한다. 인내심이 극도로 부족한 경우다. 자신의 목표를 계속 하향 조정하는 것도 문제다. 아니 어쩌면 우리 대부분이 나이가 들면서 인생의 쓴맛도 보고 나면 다 현실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실패를 극도로 싫어하고 두려워하면 결국 성공으로부터도 멀어지게 된다. 성공해도 성공한 것 같지 않은 삶을 산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패를 회피하려는 자세보다 실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가겠다는 자세다. 우선 목표를 분명하게 세워라. 그것도 아주 크게 세워라. 큰 목표의 기준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쉽게 성취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목표를 가져라. 그러면 잠재력을 발휘할 동기부여가 된다. 그때 생기는 것이 자신감이다. 큰 목표를 설정하면 당연히 크게 실패하게 마련이다. 큰 목표를 성취하는 좋은 방법은 그것을 잘게 쪼개는 것이다. 작은 실패를 자주 하다 보면 어느새 큰 목표를 이루게 된다. 작은 실패를 자주 하라.


시카고에서 공부하던 때였다. 얀 엘스터 교수는 합리적 선택이론의 대가였다. 그는 모든 인간 행동을 합리적 선택이론으로 설명하려고 무진장 노력을 했다. 수업 시간에도 그런 모습을 늘 보였다. 나는 질문했다. “교수님은 왜 마치 합리적 선택이론이 만고불변의 진리인 것처럼 모든 것에 다 적용하려고 합니까.” “미스터 김, 나는 내 이론이 어떻게 실패하는지를 누구보다 빨리 알고 싶은 걸세.”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실패는 빨리 경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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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가 신약개발에 성공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연구 기간도 길 수밖에 없다. 여러 실험을 다 통과하기 위해서는 많은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한 신약개발 연구자가 개에게 실험을 해 봤더니 결과가 좋지 않았다. 버릴까 하다 닭한테 실험을 해봤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결국 신약개발에 성공한다. 식당 주인이 최고의 셰프를 모셔왔다. 매출이 별로다. 그래서 다른 주방장으로 교체했다. 역시 별로다. 이번에는 홀 매니저를 바꿨다. 그랬더니 대박이다. 서비스가 문제였다. 이 두 가지 다 ‘가짜 실패’ 케이스다. 실패한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자기가 왜 실패했는지 그 이유를 모르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가짜 실패를 경계하라.

영국의 철학자 칼 포퍼는 인간은 ‘시도와 오류’를 통해 배운다고 했다. 개도 원숭이도 침팬지도 다 끊임없이 시도해가면서 학습한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은 천부적일지 몰라도 학습 자체는 현실에서 경험하게 되는 오류를 제거함으로써 이뤄진다. 최고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은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최악의 리더를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성공으로 가는 길도 마찬가지다. ‘도전과 실패’를 거치지 않고 성공에 이를 수 있는 길은 없다. 한 번 실패할 때마다 좌절할 것이 아니라 성공으로 가지 않는 길 하나를 배웠다고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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