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을 29일 다시 불러 조사하면서 예의주시하는 부분은 이 부회장이 삼성 합병·회계부정 등의 과정에 직접 관여됐는지 여부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등이 이 부회장의 승계와 직접 연관이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삼성은 “승계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 부회장을 사흘 만에 재소환해 삼성 합병 등에 대해 그룹 미래전략실 등으로부터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내렸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앞서 이 부회장이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을 반박하는 수사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1년6개월 동안 수사를 이어온 검찰이 이 부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윗선 경영진 등의 신병처리를 앞두고 이른바 ‘혐의 굳히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법조계에서는 삼성과 검찰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데다 다음달 검찰 인사를 앞두고 있어 시간이 촉박한 만큼 3차 조사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두 차례 조사 내용을 토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판단해 이르면 다음주 중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다. 명확한 물증이 나오기 어려운 사건인데다 보고·지시 라인에 있는 삼성그룹 고위경영진들의 결정적 진술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경제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재소환됨에 따라 삼성의 위기경영이 올스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하고 홍콩을 둘러싼 미중 충돌로 대중국 수출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사법 리스크가 커지며 이 부회장을 구심점으로 돌아가던 삼성의 비상경영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엄중한 위기상황에서는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의 역할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데 검찰의 연이은 수사로 삼성이 투자계획을 구체화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권형·이재용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