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을 수습할 새 지도체제로 결정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를 향해 연일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좌파 2중대 흉내 내기를 개혁으로 포장해서는, 우리는 좌파 정당의 위성정당이 될 뿐”이라며 또 다시 대립각을 세웠다.
홍 전 대표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압축 성장기에 있었던 보수·우파 진영의 과오만 들춰내는 것이 역사가 아니듯이 보수·우파의 공도 제대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한국 보수·우파 개혁은 이런 역사적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홍 전 대표의 언급을 두고 ‘중도개혁 노선’으로 당 기조 변화를 천명한 김 비대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러면서 홍 전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의 원인은 김영삼 의원의 국회의원 제명에서 출발했다”고 말한 뒤 “김 의원을 제명하자 부마항쟁이 발발했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강온파의 대립이 10·26으로 이어졌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홍 전 대표는 또한 “광주 5·18 민주화 항쟁의 원인은 김대중 선생의 불법적인 체포·구금에서 출발한다”며 “80년 3월 서울의 봄은 신군부에 의해 핏빛 항쟁으로 끝났지만, 민주화를 내세우며 항쟁한 결과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의 탄생으로 산업화·민주화 시대는 완성됐다”고도 적었다.
아울러 홍 전 대표는 “우리는 더 이상 잘못된 역사의 인질이 돼서는 안 된다”며 “보수·우파의 오만과 폭압에서 비롯된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해서도 안 되고 폄하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홍 전 대표는 덧붙여 “보수·우파의 진정한 가치는 자유·공정·서민에 있다”며 “새롭게 출발하는 한국 보수·우파 정당에 대한 기대를 걸어 보는 만춘(晩春)의 아침이다”라면서 글을 맺었다.
앞서 홍 전 대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의 앞으로의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선거에는 완승, 완패가 있어도 정치적 논쟁이나 투쟁에는 완승, 완패라는 것은 없다”며 “언제나 자신이 입을 정치적 상처를 각오하고 정치적 논쟁을 시작하거나 정치적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홍 전 대표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이라는 목표가 정치적 논쟁이나 투쟁의 최종 기착점이 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이기더라도 자신도 상처를 입기 마련이다”고도 썼다.
홍 전 대표가 언급한 ‘육참골단’은 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다. 홍 전 대표가 대상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김종인 비대위가 통합당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당에 많은 상처가 날 것이며 김 비대위원장 역시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예상으로 읽힌다.
아울러 홍 전 대표는 “손자병법에 나와있듯 가장 최선의 방책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길을 찾는 것”이라며 “그 길은 정말 쉽지 않는 길”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