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5일간 고향까지 1,000㎞ 걸었다”… 목숨 건 코로나 탈출기

인도 20대 노동자 걸어서 2,000㎞ 떨어진 고향 이동

비스킷으로 허기 버텨

지난달 29일 인도 뉴델리의 한 화장장에서 보호장비를 착용한 보건 종사자들과 유족들이 코로나19 사망자의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지난달 29일 인도 뉴델리의 한 화장장에서 보호장비를 착용한 보건 종사자들과 유족들이 코로나19 사망자의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인도의 20대 노동자가 봉쇄령이 내려진 인도에서 집에 돌아가기 위해 1,000㎞를 도보로 이동했다.

31일(현지시간) CNN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령이 내려진 인도에서 집에 가기 위해 10일간 2,000㎞를 도보와 히치하이킹으로 이동한 이주노동자의 사연을 보도했다. 이 노동자는 전체 거리의 절반인 1,000㎞를 도보로 이동했다.

지난 3월 24일 인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적인 봉쇄령을 내리자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올라왔던 약 1억명의 시골 출신 노동자들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식량이나 저축은 꿈도 꿀 수 없던 상황에서 하룻밤 사이에 일자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없고 철도도 대부분 폐쇄된 상황에서 이들은 수천 킬로미터를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은 집에 돌아가기 전 목숨을 잃었다. 철로 위에서 잠을 자던 16명의 노동자가 화물열차에 치인 사건을 포함해, 탈수나 굶주림으로 사망하는 이들도 발생했다.


26세의 라제쉬 추한은 이 같은 위험을 알고 있었음에도, 지난달 12일 인도 남부의 벵갈루루에서 그의 고향이 위치한 북부의 우타르 프라데시까지 약 2,000㎞를 걸어가기로 결심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벵갈루루로 건너가 건설현장에서 일했다. 그의 고향 마을에서는 하루 250루피를 벌었지만 벵갈루루에서는 두 배를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노부모와 자녀를 포함해 총 11명의 가족을 형, 조카와 함께 부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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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한은 셔츠 네 벌과 수건 한 장, 침대 시트와 물 두 병, 170루피를 들고 출발했다. 처음 고향으로 돌아갈 때 그는 히치하이킹을 희망했지만, 운전자들은 그의 예산보다 훨씬 많은 돈을 요구했고 결국 대부분의 여정을 걸어서 이동해야만 했다. 결국 그는 경찰의 검문을 피하면서 차와 비스킷을 먹으며 계속 걸어서 이동해야만 했다. 하루에 20개의 비스킷을 사서 약 11명의 일행과 함께 나눠 먹으며 허기를 겨우 채웠다. 길을 찾기 위해 일행들은 서로의 스마트폰 GSP를 공유했다. 스마트폰을 충전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한 번에 한 대의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식이었다. 섭씨 40도가 넘어설 때는 2시간마다 휴식을 취했고, 시속 8㎞의 속도로 걸었다. 둘째 날 그의 슬리퍼가 망가졌을 때는 일행들이 돈을 모아 새 신발을 사주기도 했다.

가장 무서웠던 일은 100m 폭의 강을 건너는 일이었다. 강물의 깊이는 1m 수준이었지만 폭이 워낙 넓어 두려움이 컸다. 추한은 “너무 무서워서 떠내려갈 것 같았다”면서도 “집으로 가는 길은 이 길 뿐이라고 되뇌었다”고 회상했다. 추한과 같은 이들에게 음식과 물을 주는 비정부기구(NGO)를 만나거나 한 트럭운전사가 무료로 태워주는 행운도 있었다. 마침내 10일이 걸려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의 몸무게는 약 10㎏이나 줄어 있었다.

무사히 도착했지만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함께 이동한 11명의 일행 중 1명이 집에 도착한 뒤 뱀에 물려 죽은 것이다. 인도에서는 매년 4만5,000여명이 뱀에 물려 사망한다.

이처럼 생사를 오가는 여정을 거쳐 고향에 도착했지만 추한은 이곳에 오래 머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시 도시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고향에 도착한 뒤 상처를 치료할 약을 구입하면서 빚을 졌다. 추한은 “벵갈루루에서 떠날 때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시 일하러 나가기 전에 봉쇄령이 풀리는지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여정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며 “항상 슬픔과 불안함이 떠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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