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지난주 뉴욕 증시는 미중 갈등 고조에도 불구하고 경제 재개 낙관론에 힘입어 상승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3.75% 올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3.01%, 1.77% 상승했다.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대중국 보복조치 관련 기자회견에서 1단계 미중 무역합의 파기를 거론하지 않은 데 주목했다. 다만 월가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갈등이 더 고조되면 증시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까지 증시 강세론을 펴온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건체이스 전략가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충돌 가능성으로 인해 증시에 대해 한층 신중한 견해로 변했다”면서 “세계 양대 경제국 간의 공급망과 국제무역의 실패는 급격한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고 밝혔다. BTIG의 줄리언 엠마누엘 수석 주식 및 파생 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야기 할 수 있었던 항목들을 두고 이야기하지 않는 쪽을 택했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면서 “긴장이 더 고조되는 길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주요 지표가 부진했던 점은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개인소비지출(PCE)은 전월 대비 13.6%(계절조정치) 급감했다. 이는 사상 최대폭 감소폭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12.9% 감소)보다 더 부진한 것이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5월 소비자태도지수 확정치도 72.3으로 시장 예상(74.0)에 못 미쳤다.
◇채권시장
미 국채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압박에 따른 긴장 고조와 월말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매수 등의 영향으로 상승했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뉴욕 채권시장에서 지난주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1bp 정도 하락했지만, 5월에는 3.1bp 올랐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통화 정책에 특히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지난주 1.2bp, 5월에는 3bp 내렸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강행한 이후 팽팽한 긴장 속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관련 기자회견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미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 수요는 유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미 국채시장 마감 시간이 임박해 열린 만큼 미 국채 가격은 기자회견 후반 형성된 안도감보다는 기자회견 초반 경계심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
아울러 월말을 맞아 펀드매니저들의 리밸런싱 매수 수요도 미 국채 값을 끌어올렸다. 월말 경쟁 벤치마크 인덱스와 포트폴리오의 평균 만기를 맞추려는 펀드매니저들의 움직임 속에서 장기물 국채 매수가 유입됐다. 국채 만기는 끊임없이 돌아오기 때문에 채권 포트폴리오에 새로운 국채를 추가하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만기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외환시장
달러 가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관련 기자회견이 안도감을 줘 혼조세를 보였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지난주 1.43% 내렸다. 달러 인덱스는 5월 첫 2주는 올랐지만, 후반 2주는 상대적으로 강하게 내려 이번 달 0.70% 떨어졌다.
역외시장에서 위안화는 달러에 상승해 사상 최저 수준에서 숨 고르기를 나타냈다. 싱가포르은행의 모 시옹 심 통화 전략가는 “시장은 더 심각한 문제로 비화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무역 관세에 심각해진다면 이는 의미 있는 충격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유로화는 지난주 달러당 약 2% 상승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7,500억유로(약 1030조원) 규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회복기금을 제안한 뒤 유로존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커졌기 때문이다. HSBC의 도미닉 버닝 외환 전략가는 “EU의 장기 전망이 손상되지 않았다는 점을 확실히 해주는 조치이며 분명히 유로에 긍정적”이라며 연말 유로-달러 전망치를 기존 1.05달러에서 1.1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측은 “회복기금이 승인되더라도 유로는 심각한 경기 침체에 더 하락할 수 있다”며 “회복기금은 전례 없는 팬데믹에 대응해 EU 예산을 일시적으로 증액한 것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EU 지도자 간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고, 타협안이 희석될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도 너무 흥분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원유시장
지난주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한 주 동안 배럴당 4.63% 올랐다. 브렌트유도 같은 기간 7.71% 상승했다. 특히 WTI는 5월 한달 동안 약 90% 가까이 오르며 한 달 기준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 1월 기록했던 65.65달러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 4월 코로나19 여파와 5월물 만기와 맞물려 한때 ‘마이너스’까지 추락하는 이례적인 현상을 보였지만 이후 수요 증가와 경제 정상화 움직임 등에 힘입어 꾸준히 상승해왔다.
◇주간전망(1~5일)
이번 주(1~5일) 뉴욕증시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양상을 주시하면서 불안정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5월 실업률 발표도 긴장감을 높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절차에 돌입할 것을 행정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홍콩 자치권 훼손과 관련한 중국 및 홍콩 당국자 제재와 중국 유학생 제한,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대한 조사 등의 방침도 내놨다. 홍콩 특별지위의 박탈이 현실화하면 미국 기업 및 경제에도 상당한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과 미국의 추가 대응 등 무역전쟁 당시와 같은 악순환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주에는 미국의 실업률 등 핵심 지표도 다수 발표된다. 20% 내외 실업률 등 극도로 악화한 경제 지표가 현실화하면 투자 심리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의 현실 및 예상되는 회복 속도와 비교해 증시가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는 점도 유의해야 하는 대목이다. 고평가 인식이 강화되면 호재보다 악재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WSJ 집계에 따르면 5월 실업률은 19.8%로 4월의 14.7%보다 더 올랐을 것으로 예상됐다. 고용 감소 규모는 800만 명으로 지난달의 2,000만명 이상 감소보다는 줄었을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