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연합뉴스이른바 ‘아베노마스크’ 논란을 불러일으킨 일본의 천 마스크 일률 배포와 관련해 제작 업체가 정부의 ‘졸속 제작’ 지시를 폭로했다. 일본 정부가 “질보다 양”이라며 빨리 제작하라고 재촉해 자사 기준 국내 검품을 거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1일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마스크 제조를 의뢰한 업체인 고와의 미와 요시히로 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이 보도했다. 미와 사장은 정부가 “3월 중 1,500만 장, 4월 중 5,000만 장의 마스크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양이냐 품질이냐”고 묻는 사장에게 일본 정부는 “양이 중요하다”며 “하여튼 빨리 달라”고 답했다.
미와 사장은 특히 마스크 품질을 담보하기 위한 국내 검품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 측이 거부했다고 폭로했다. 일본 정부는 고와의 국내 검품은 1㎜ 정도의 봉제 오차도 불량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그러면 기일까지 목표의 절반도 조달할 수 없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거부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와 고와가 3월 17일 체결한 납품 계약서에는 “숨은 하자가 발견되더라도 을(고와)에 책임을 추궁하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이 이례적으로 들어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며 일본에서도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어나자 정부는 품질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마스크 제작을 서두를 것을 요구했다. 미와 사장은 정부가 “15개 층 거즈를 5개 층으로 줄이면 3개 더 만들 수 있지 않느냐”라며 품질을 무시하는 타진도 있었다고도 밝혔다.
이후 아베 총리는 4월 1일 전국 가구당 2매의 천 마스크를 일률 배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배포 개시 이후 천 마스크에선 벌레, 곰팡이, 머리카락 등의 이물질이 발견돼 결국 업체는 전량을 회수해 재검품해야 했다. 이런 이유로 지난달 27일 기준 아베노마스크의 배포율은 25%에 그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