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치러진 순경 공개채용 필기시험에서 복수정답이 나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고려 시대 의약서인 ‘향약구급방’ 간행 연도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따라 경찰청이 보기 2개를 모두 정답으로 인정한 것이다. 수험생들은 한 문제로 탈락할 수도 있는 채용시험에서 두 개를 모두 정답으로 인정할 경우 당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반발했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순경 공채 한국사 시험에서 ‘고려 시대의 역사적 사실들을 오래된 것부터 바르게 나열한 것은?’이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예시로 ‘㉠팔만대장경 완성 ㉡삼국유사 편찬 ㉢향약구급방 간행 ㉣황룡사 9층 목탑 소실’이 제시됐다.
팔만대장경 완성은 1251년, 삼국유사 편찬은 1281년, 황룡사 9층 목탑 소실은 1238년의 일이다. 문제는 고려 시대 의약서인 향약구급방의 간행 연도다. 많은 교재와 백과사전 등은 이 책이 1236년 제작됐다고 소개한다. 이에 따라 당초 정답은 예시가 ‘㉢-㉣-㉠-㉡’으로 엮어진 3번이었다.
하지만 다수의 수험생이 ‘향약구급방의 간행 연도는 불확실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경찰청은 문제를 낸 교수들과 상의한 끝에 이의 제기를 받아들였다. 결국 3번과 함께 ‘㉣-㉠-㉢-㉡’인 4번도 정답으로 인정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향약구급방과 관련해 다양한 이론 및 연구 결과가 있고 시험의 기본으로 삼은 국정교과서에 정확한 연도가 나와 있지 않다”며 복수정답을 인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애초에 3번을 정답으로 고른 수험생들은 크게 반발했다. 필기시험 한 문제로 당락이 결정될 수 있어서다. 한 수험생은 “경찰청이 근거도 없는 소수설을 받아들여 복수정답으로 처리하면서 필기시험에서 떨어질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다만 수험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경찰청이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는 반론도 적지 않아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