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004020)이 지난 1일부터 당진제철소 전기로 박판열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불길이 자동차, 조선 등 전방산업을 집어삼키면서 수주가 끊겼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의 박판열연 생산이 멈춘 건 2005년 이후 15년 만이다.
박판열연의 연간 생산 능력은 100만톤 수준으로 현대제철의 전체 생산 능력(2,400만톤)을 감안했을 때 큰 규모는 아니다. 그러나 수주절벽에 시달리는 철강업계의 현실을 보여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제철의 한 관계자는 “향후 공장 운영 등은 노사 협의를 통해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기로 전원을 끄며 수요 위축에 대응하는 것은 현대제철 뿐만이 아니다. 자동차 특수강을 주로 공급하는 세아베스틸(001430)도 이달 중 군산공장의 전기로 4기의 생산량을 6월 첫째 주부터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전기로 4기 중 일부 전기로 가동을 중단할지 혹은 원재료 투입량을 조절해 생산량을 줄일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감산 종료 시점도 아직 확정되지 않아 전체 감산 규모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선 특수강 용 전기로 3기와 단조제품용 전기로 1기가 지난해 약 173만톤(t)의 쇳물을 생산했다. 군산공장에서 생산된 쇳물은 대부분 자동차 부품과 건설 기계 제작에 필요한 특수강과 대형 선박의 동력전달계통 및 자동차 조향장치 용 단조품 소재를 생산하는 데 쓰인다.
이밖에 동국제강은 철강업황이 부진했던 지난해 말부터 탄력적으로 생산량을 조정하고 있다.
문제는 업황 회복 시점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경기 위축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월드스틸다이내믹스(WSD)는 전세계 조강생산량이 올해 16억3,200만t으로 전년 18억7,300만t 보다 12.9%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최대한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