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이 연매출 1조원의 블록버스터 신약을 목표로 했던 수면장애 신약 ‘수노시’가 출발부터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냈다. 미국 내 1·4분기 매출액이 전분기와 비교해 30% 하락한 24억원을 기록하는 등 연매출 100억원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와 함께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품목허가를 이끌어내며 최태원 SK 회장의 20년 신약개발의 결실이라는 평가가 무색해지는 실적이다.
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수노시의 미국 판권을 보유한 재즈파마슈티컬스(이하 재즈)는 지난해 7월 미국 시장에 출시한 수노시의 1·4분기 매출이 192만4,000달러(약 24억원)을 기록해 전분기 272만7,000달러보다 29.4% 하락했다고 밝혔다. 재즈는 “수노시의 처방량이 늘어났지만 쿠폰사용률 증가로 공제율이 높아지며 순매출이 줄었다”고 밝혔다.
수노시는 SK바이오팜이 지난 2011년 미국 바이오벤처 에어리얼바이오파마에 기술수출한 솔리암페톨의 상품명이다. 에어리얼바이오파마는 3년 뒤인 2014년 재즈에 솔리암페톨의 상업화 권리를 넘겼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 아시아 12개국 판권은 SK바이오팜이 소유한다. 재즈는 지난해 3월 수노시의 FDA 허가를 받고 7월부터 수노시의 판매를 시작했다.
수노시의 성적은 앞서 미국 시장에 진출한 국산 의약품들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셀트리온의 ‘램시마’는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 3,500억원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1·4분기에만 1,024억원(8,400만달러)어치를 팔았다. 수노시와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5월 미국시장에 출시된 대웅제약의 ‘주보’ 는 지난해 4·4분기 238억원(1,95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올 1·4분기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매출이 전분기보다 46.2%나 줄었지만 126억원(1,05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재즈 경영진은 앞서 2025년까지 수노시를 유럽시장에 진출하는 등 수노시의 매출을 5억달러(6,077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도 연 매출 100억원을 버거워하는 현 상황에서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의약품 시장은 지난해 570조 규모로 전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이 또다른 신약 ‘엑스코프리’의 유럽 시장 판권을 넘기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시장이다.
SK바이오팜은 수노시의 매출액에 따라 재즈로부터 판매 마일스톤을 받는다. 하지만 이 같은 부진한 실적으로는 무의미한 수준이다. 재즈는 수노시의 기술료와 로열티를 에어리얼과 SK바이오팜에 나눠 지급하는데 구체적인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술수출한 의약품을 다시 기술수출했던 사례라 업계에서는 마일스톤 비율이 사실상 없다고 보고 있다.
수노시의 판매 부진으로 SK바이오팜이 야심차게 미국 시장에 출시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의 예상 매출도 지나치게 높게 평가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재즈가 3억9,700만달러(약 4,830억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후보 물질을 도입했던 것은 수노시의 연매출 1조원을 기대했기 때문인데 시작부터 부진을 피하지 못하면서 엑스코프리 역시 시장의 기대가 과도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5억3,000만달러(약 6,440억원)에 엑스코프리의 유럽 판권을 아벨 테라퓨틱스로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