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77석의 의석을 등에 업고 각종 과거사 재조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해찬 대표가 “현대사의 왜곡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방향을 설정한 후 과거사 조사 요구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과거사 문제가 진영 대결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절차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한국전쟁 전후에 발생한 대표적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이자 바로잡아야 할 왜곡된 한국 현대사”라며 “시급하고 절박하다. 하루빨리 특별법으로 제정하는 게 정의로운 대한민국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재조사’ 대상으로 거론한 과거사 현안은 6개가 넘는다. 당은 앞서 5·18 왜곡 처벌법을 당론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태년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의 재조사를 주장하고 있고 설훈 최고위원은 ‘KAL기 폭파사건 재조사’를 내세웠다. 우원식·이학영 의원 등은 ‘유신청산 특별법’ 제정을 언급했다. 김홍걸·이수진 의원은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현충원 안장 여부를 두고 각각 “현충원에 안장돼서는 안 된다” “친일파 무덤을 파묘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사의 왜곡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힌 뒤 당이 시대를 불문하고 각종 역사 문제를 파헤치는 모양새다.
일부 과거사 관련 법은 위헌 논란을 빚기도 했다. 양향자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역사왜곡금지법’을 두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 법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법안은 일제강점기 전쟁범죄, 5·18민주화운동 또는 4·16세월호참사 등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거나 왜곡하는 이는 징역 3년 이하의 처벌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이 역사적 해석 자체를 가로막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일자 광주시민협의회는 “역사적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건들이 포함된 (양 의원의) 법안이 상정되면 극심하고 불필요한 ‘역사 논쟁’과 ‘이념 전쟁’을 유발할 것”이라며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당 내부에서는 “지나친 진영 대결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젊은 사람들로서는 (과거사 문제가) 전혀 와 닿지 않을 것”이라며 “진영 대결로 가면 안 되는데 걱정이 된다”고 전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진상 규명은 해야 하는 게 맞지만 민주당이 과거지향적이고 진영에 갇힌 모습을 보이면 중도 유권자들이 바뀐다”며 “진영 내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그러한 논리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