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전문] 21대 첫 국회의장 박병석 “소통, 소통, 소통”

여당에는 “4대 개혁 좌절” 통해 ‘겸손’

야당에 “금융위기” 언급하며 ‘협조’ 당부

재적 193명 중 191명 국회의장 선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상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박병석 의원이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상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박병석 의원이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21대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박병석 국회의장은 “소통은 정치의 중요한 덕목이다. 소통은 공감을 낳고 공감대를 넓히면 타협에 이를 수 있다. 국민 통합도 그 출발점은 소통”이라는 일성을 밝혔다.

박 의장은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국회의장 표결을 통해 선출된 후 취임사를 통해 “저는 의회주의자다. 소통을 으뜸으로 삼고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정치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장은 여당에 ‘겸손’을, 야당에 ‘소신’을 당부했다. 그는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 4대 개혁 입법을 일거에 추진하려다 좌절되신 것을 잘 기억하실 것”이라며 “압도적 다수를 만들어준 진정한 민의가 무엇인지 숙고하시기를 권고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야당에도 “국익을 위해 결단했던 야당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주셨다”고 조언했다. 박 의장은 “2008년 가을, 세계적 금융위기 당시 저는 야당의 정책의장이었다”먀 “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에서도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해 혼란 속에 빠져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가 다급하게 요청했던 1,000만 달러에 이르는 정부 지급 보조금 동의안을 보증한 국회 동의를 소속 정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도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의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금융시장의 안정을 꾀고자 최단시간 내에 결단을 내렸다. 당의 입장보다 국익이 우선한다는 신념을 실천했다.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면 저희 당에서조차 저에 대한 비판도 높았다”며 “그러나 국민들은 당의 입장보다 국익을 위해 결단했던 야당, 그런 야당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주셨다”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재적 193명, 찬성 191명으로 이날 국회의장에 선출됐다. 다음은 박 의장 취임사 전문이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상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박병석 의원이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상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박병석 의원이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고맙습니다. 존경하는 의원님 여러분, 여러분께서 의장으로 선출해주신 박병석 의원입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엄중한 시기에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학창시절 친구들이 제 집에 놀러왔습니다. 꽤나 진지했던 친구들이었습니다. 제 아버님께 친구들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병석이의 장단점이 무엇입니까?” 저희 아버님이 이렇게 답변하셨습니다. “병석이는 장점은 없고 단점은 잠이 많은 것이 흠이다.”

그렇습니다. 저는 잠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오랜만에 저를 본 의원님들께서도 “좀 말랐네요”, 하시는 말씀들을 하십니다.

깜빡 잠이 들더라도 두세 시간 후면 잠이 깨어집니다. 국가 위기의 심각성, 민생의 절박함. 책임감이 온몸을 감싸옵니다. “코로나를 이긴 힘은 나눔과 배려”. 대구시의 홍보 영상 문구입니다.

코로나 대응에서 보여준 세계 최고 수준의 국민 의식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량은 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BTS를 비롯한 케이팝 열풍, 영화사를 새로 쓴 기생충의 쾌거. K-방역까지. 이 중에 대한민국은 ‘메이드 인 코리아’를 넘어 문화와 의료 분야까지 새로운 세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의회주의자입니다. 소통을 으뜸으로 삼고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정치인입니다.

매일 아침 기도를 하면서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자 나라의 대표라는 본분을 가슴에 담고 늘 깨어있으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여당에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 4대 개혁 입법을 일거에 추진하려다 좌절되신 것을 잘 기억하실 겁니다. 압도적 다수를 만들어준 진정한 민의가 무엇인지 숙고하시기를 권고드립니다.

야당에도 말씀드리겠습니다.


2008년 가을, 세계적 금융위기 당시 저는 야당의 정책의장이었습니다. 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에서도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해 혼란 속에 빠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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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다급하게 요청했던 1천억 달러에 이르는 정부 지급 보조금 동의안을 보증한 국회 동의를 소속 정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도한 적이 있습니다.

금융시장의 안정을 꾀고자 최단시간 내에 결단을 내렸습니다. 당의 입장보다 국익이 우선한다는 신념을 실천했습니다.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면 저희 당에서조차 저에 대한 비판도 높았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당의 입장보다 국익을 위해 결단했던 야당, 그런 야당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주셨다는 사실을 강조드리겠습니다

제가 언제나 마음 깊숙이 깊히 새기는 경구가 있습니다. ‘군주민수’.

국민은 정치인이라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정치인이라는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뜻입니다. 정치의 본질을 꿰뚫는 참으로 두렵고 두려운 말씀입니다.

21대 국회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잘못된 관행과 단호히 결별해야 합니다. 국회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가 되어야 합니다. 21대 국회의 기준은 국민과 국익입니다. 대화와 타협으로 세계의 현황을 모범적인 K-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가도록 합시다.

국가적 위기의 심각성, 민생의 절박함. 참으로 비상한 시기입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정부와 국회는 공동 주체입니다. 수레의 두 바퀴와 같습니다. 국난 극복은 300명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에게 주어진 국민의 명령입니다.

국민의 국회를 만들어갑시다. 국민을 지키는 국회, 국민이 원하는 국회. 국민의 내일을 여는 국회로 담대히 나아갑시다. 민생 우선 국회, 미래를 준비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국회를 만드는 역사의 소임을 다합시다.

소통은 정치의 중요한 덕목입니다. 소통은 공감을 낳고 공감대를 넓히면 타협에 이를 수 있습니다. 국민 통합도 그 출발점은 소통입니다. 소통하십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의원님 여러분.

저에게 국회의장은 정치인으로서의 마지막 소임입니다.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립니다.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하는 모든 일들이 나라와 민족의 역사의 진전에 부합해 주십시오.

열심히만 하면 내일이 오늘보다 좋아진다는 희망이 있는 세상. 설사 인생이 실패해도 다시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인생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세상. 어느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꿈의 크기가 달라지지 않는 세상. 남과 북이 화해와 평화의 강을 함께 노젓는 세상. 그러한 세상을 만들기에 헌신하게 해주십시오. 이게 바로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이자 목적입니다.

의원님들과 함께 그런 세상을 힘차게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끝>

김인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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