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금리상한제(yield caps)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상한제란 연준이 특정 수준의 낮은 금리를 정해 놓고 대규모 채권매입을 통해 해당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는 것인데요.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 연준은 지난 3월 호주 중앙은행이 3년 만기 국채금리 목표를 연 0.25%로 정해놓고 이를 달성한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마이너스 금리 카드를 배제하면서 양적완화(QE)와 포워드가이던스(Forward Guidance·선제 안내)로 대응하겠다고 밝혀왔는데, 이것만으로 부족한 상황이 되면 금리상한제를 쓰겠다는 것이죠. 상한제를 쓰면 당분간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연준의 약속이 더 굳건해집니다. 최후의 카드인 마이너스 금리를 최대한 피하겠다는 의도로도 읽힙니다.
당장 9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이를 논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채권매입 속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와 포워드가이던스를 통해 시장에 연준의 저금리 유지 의지를 어떻게 전달할지가 우선인데요.
그렇다고 아주 먼 얘기도 아니라는 게 월가의 시각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연준이 9월에 금리상한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연준은 2차 세계대전 전후인 1942년부터 1951년까지 장기금리에 연 2.55% 상한선을 둔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상한제를 쓴 적이 없죠. WSJ은 “연준이 최소 3년간 금리를 제로 수준에서 유지한다고 할 경우 2023년 6월 이전에 만기가 돌아오는 재무부 채권에 상한선을 둘 수 있다”고 점쳤습니다.
포워드가이던스로는 부족...경기회복 길어질 가능성 |
다만, 금리상한제에도 독이 있습니다. QE처럼 시행하기는 쉽지만 중단할 때가 문제입니다. 금리상한제 중단 이후 그동안 억눌려 있던 금리가 한 번에 급등할 수 있고, 처음에 상한 금리를 시장 기대보다 너무 낮게 잡으면 연준이 국채 대부분을 사들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연준이 독박을 쓸 수 있다는 얘기죠.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낸 윌리엄 더들리는 “들어가는 것은 쉽지만 빠져 나올 때 상황이 어떻게 될지 우리는 정말로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세인트루이스 연은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필요하다”는 보고서가 나온 데 이어 금리상한제 얘기가 본격적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한 초저금리 유지 신호를 시장에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물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길고 긴 터널을 지나야 한다는 부분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