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장 제1부부장이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으로 규정하고 맹비난한 가운데 서호 통일부 차관이 비무장지대(DMZ)를 찾았다. 화살머리 유해발굴지와 감시초소(GP) 철거지를 둘러본다는 것인데 하필 김여정이 최근 남측의 9·19 남북군사합의 이행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는 바람에 시기가 오묘하게 겹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에 따르면 서 차관은 산림청 DMZ 실태조사단과 함께 8일 강원 철원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지 산림복원 실태조사 현장을 방문한다. 이번 실태조사는 9·19 남북군사합의 이행의 일환으로 철거된 비무장지대 내 GP와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지의 산림복원 방안과 생물 다양성 증진을 위한 목적으로 실시된다. 산림청은 이날부터 12일까지 해당 지역에서 실태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화살머리고지는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우리 정부에서 지뢰제거와 기초유해 발굴작업을 진행하는 곳이다. 앞서 남과 북은 2018년 9월19일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통해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라는 조항에 합의했다. 남북은 DMZ 내 GP를 전부 철수하고 시범적으로 공동유해발굴을 진행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서 차관이 이번 방문을 통해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 현장을 둘러보고 산림청의 전반적인 실태조사 계획을 청취하고 격려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며 “산림청 실태조사를 통해 남북간 산림협력 등 DMZ 평화지대화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최근 김여정은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 해당 군사합의서를 강하게 언급한 바 있다. 김여정은 지난 4일 북한 노동신문 담화를 통해 “가장 부적절한 시기를 골라 가장 비열한 방식으로 ‘핵문제’를 걸고 들면서 우리에 대한 비방중상을 꺼리낌없이 해댄 똥개, 쓰레기들(탈북자들)의 짓거리에 대한 뒷감당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묻고 싶다”며 “나는 원래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그것을 못 본 척 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남조선 당국은 군사분계선일대에서 삐라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선언과 군사합의서의 조항을 결코 모른다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얼마 있지 않아 6.15 20돌을 맞게 되는 마당에 우리의 면전에서 거리낌없이 자행되는 이런 악의에 찬 행위들이 ‘개인의 자유’요, ‘표현의 자유’요 하는 미명 하에 방치된다면 남조선 당국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보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7일 ‘달나라타령’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문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 진전의 ‘선순환관계’를 강조한 것을 두고 “아마 남조선 집권자가 북남합의 이후 제일 많이 입에 올린 타령을 꼽으라고 하면 ‘선순환관계’ 타령일 것”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