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물가안정목표제를 개선하는 등 통화정책 수정에 나선다. 올해 하반기까지 디지털혁신실을 신설하고, 인공지능(AI)이나 머신러닝 등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연구기법도 마련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중앙은행에 대한 기대가 커진 만큼 중장기 비전을 통해 역할을 확대할 계획이다.
오는 12일 창립 70주년을 맞는 한국은행은 중장기 발전전략 ‘BOK 2030’을 발표하고 하반기부터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BOK 2030은 ‘국가경제의 안정과 발전을 이끄는 한국은행’을 중장기 비전으로, 이를 달성하기 위한 4대 전략목표와 구체화할 수 있는 장단기 16개 전략과제를 담았다.
먼저 한은은 새로운 국제무역 질서나 전염병 유행 등 새로운 이슈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영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인구구조 변화나 기후변화 등에 대해서도 조사연구를 통해 다양한 정책대안을 찾을 계획이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물가안정목표제 운영을 개선하기로 했다. 물가안정목표제는 중앙은행이 물가상승 목표를 제시한 뒤 이에 맞춰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한은은 통화정책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 통화정책 운영체계 전반을 점검하는 동시에 개선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와 같은 위기가 닥치면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역할 기대가 높아지는 만큼 금융안정 정책수단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과 관련한 연구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경제통계시스템도 2022년까지 새롭게 구축해 통계 범위도 확대한다.
한은은 고위급 조사연구위원회도 설치해 조사연구를 질적으로 높이기로 했다. 특별연구원제도를 만들어 심층 연구역량을 확충해 다양한 복합적 이슈에 대한 심층적 조사연구를 선행할 방침이다. AI·빅데이터·블록체인 등 새로운 연구기법의 적용 방안도 살펴보는 등 디지털 혁신도 적극 추진한다. 부총재보를 ‘최고디지털혁신책임자(CDSO)’로 임명해 전권을 부여하고, 실무부서로 디지털 혁신실을 신설한다.
조직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효과적으로 조직화할 수 있는 경영인사 혁신도 꾀한다. 한 부서에서 3년 이상 근무할 수 있도록 순환근무제도를 보완하고, 장기근무를 통한 전문성 제고 여건을 조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