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을 일반중학교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렸다. 자율형사립고에 이어 국제중학교도 폐지해 교육 서열화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인데, 학교 측은 법정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지난해 자사고 갈등이 국제중에서 재연될 것으로 우려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0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특성화중학교 운영성과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에는 대원국제중·영훈국제중·서울체육중 등 세 개의 특성화중학교가 있는데 이번 평가에서 국제중 두 곳은 재지정 취소 통보를 받았다. 조 교육감은 “국제중이 서열화된 학교로 인식돼 사교육을 부추기는 등 교육 공공성을 해치고 있다”며 “설립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해 재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시도 교육감은 5년마다 특수중학교의 운영성과를 평가하고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아 재지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다만 교육청의 재지정 평가가 즉각적인 일반중 전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현재 재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특성화중학교 학생 신분을 유지하게 된다.
서울교육청의 국제중 재지정 취소는 교육당국의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폐지의 연장선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소재 자사고 13곳 중 8곳을 일반고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교육부는 오는 2025년까지 과학고와 영재고를 제외한 특목고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고교평준화 정책이 강화되는 가운데 중학교 단계에서 국제중이 남아 있을 경우 교육 불평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진다고 보고 재지정 취소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조 교육감은 “국제중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교육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특성화중학교로 지정받을 수 있는 학교의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며 정부의 추가 대책을 요구했다.
문제는 서울교육청의 이번 결정을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이 수용할지 여부다. 그동안 두 학교는 교육청이 재지정 취소 절차에 돌입하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해당 처분 취소를 요청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압박해왔다. 이날도 강신일 대원국제중 교장은 “교육청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청문 과정에서 입장을 최대한 소명해보고 교육부가 최종적으로 취소 동의를 하면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사고 재지정 취소에서 의견을 같이한 교육부가 서울교육청의 결정을 뒤집을 확률은 낮은 만큼 국제중 운영성과평가도 자사고처럼 법정에서 최종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울교육청의 국제중 재지정 취소가 불러올 외부 효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 외에도 경기교육청과 부산교육청이 각각 청심국제중과 부산국제중의 운영성과평가 결과를 이달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두 학교 중 부산국제중의 경우 공립이기 때문에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최종 결과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편 전국적으로 국제중은 5곳이 있는데 나머지 한 곳인 경남 선인국제중은 지난 2018년 개교해 재지정 평가는 2023년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