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게 잘못은 아니다. 인간이 매일 세수하고 이를 닦으며 집안 곳곳을 청소하고 옷을 빠는 이유는 ‘청결’을 위해서다. 청결치 못한 삶은 본인은 물론 타인에게도 피해를 안기기에 깨끗한 삶을 추구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 사회의 미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이 청결할수록 세상은 거대한 쓰레기장이 되어간다면? 독일 다큐멘터리 잡지 ‘GEO’의 편집자로 수십 년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글을 써온 한네 튀겔은 신간 ‘우리는 얼마나 깨끗한가’에서 대량 소비 사회에서 청결을 추구하는 삶이 환경과 건강에 어떤 위협을 주는지를 새로운 시각에서 지적한다.
인간이 청결을 추구하는 과정을 되짚어 보자. 욕실에는 비누, 샴푸, 클렌징 폼, 트리트먼트, 욕실 청소 세제 등이 놓여 있다. 세탁실로 자리를 옮겨보자. 다양한 형태의 세제와 섬유유연제가 보일 것이다. 깨끗한 삶을 위한 인간의 소비 뒤에는 이처럼 각종 화학 물질과 쓰레기가 남는다. 저자는 “인류가 만들어낸 ‘쓰고 버리는 문화’에서 생산된 상품은 소비된 뒤 ‘쓰레기’의 형태로 우리에게 복수한다”고 말한다. 최근 심각한 환경 파괴 물질로 사용이 금지된 미세 플라스틱이 대표적이다. 각종 세안·세탁 상품에 들어있는 미세 플라스틱은 수백 년 동안 분해되지 않는다. 하수 정화가 되지 않은 채 자연에 축적된 이 화학물질은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온다. 죽은 물고기의 내장에서 다량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이야기는 이미 수차례 뉴스에서 보도됐다.
다시 말하지만, 깨끗한 게 잘못은 아니다. 책이 말하려는 바는 ‘청결을 추구하는 방법’에 있다. 핸드 젤, 발 탈취제, 물티슈, 스프레이 방향제, 데오도란트… 이 무수한 청결제들은 정말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불가결한 존재일까. 저자는 ‘현명하게 오물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시선을 돌린다. 충분한 수면으로 신체의 오물 방어력을 강화하고, 공격적인 세제와 케어 용품을 쓰지 말며, 환기 스프레이를 뿌려대는 대신 창문을 열고, 식물을 실내 유해 물질 필터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개인의 위생은 비누로 충분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우리는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또 일상적으로 많이 씻고 빨리 닦아내며 산다. 책장을 덮으면서 되묻게 된다. 나는, 너는, 우리는 얼마나 깨끗한가. 1만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