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판 동학개미’로 불리는 로빈후드를 이용하는 개인 투자자들에 관심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이 플랫폼을 이용자 사이에서 국제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국제 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에게 적지 않은 혼란을 줬지만 국제 유가의 반등에 베팅하려는 자금들이 지금까지 몰리는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외에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조차 손절매했다고 알려진 미국 항공사들을 담은 ETF도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미국 ETF 전문지 ‘이티에프닷컴’은 이달 4일 기준 로빈후드 앱 이용자에게 인기가 많은 ETF 20종을 소개했다. 로빈후드 앱은 거래 수수료가 무료인 미국의 주식거래 플랫폼을 말한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현재 이용자는 1,000만명 이상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위험 성향이 높은 이들은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2위 렌터카 업체 허츠(Hertz)와 같은 ‘동전주’들을 대거 쓸어담고 큰 수익을 올려 주요 외신들의 상태다. 이티에프닷컴은 이 로빈후드의 데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투자자들이 관심을 두는 상품 20개를 골라냈다.
이에 따르면 ‘미국판 동학개미’들은 국제 유가와 연동되는 ETF를 대거 매집했다. 미국 최대의 오일 펀드 ‘US오일펀드(USO)’는 대표 적으로 17만1,789명의 로빈후드 이용자들이 이 ETF로 유입돼 가장 인기 있는 ETF로 나타났다. USO는 서부텍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ETF인데 현재 운용자산(AUM)은 약 50억달러(약 5조9,700억원) 달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제 유가가 전례 없던 하락세를 보이자 유가 반등을 점치는 개미들이 달려들면서 올해 연초 이후 65억달러(약 7조 7,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국제 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보유 자산을 교체하는 혼란스러운 사태가 벌어졌지만 미국의 ‘원유 개미’의 자금은 지금까지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위도 원유 펀드가 이름을 올렸다. 로빈후드 이용자 14만3,150명이 보유한 ‘프로셰어 울트라블룸버그 크루드오일(ProShares Ultra Bloomberg Crude Oil) ETF’가 그 대상이다. 이 ETF는 WTI 원유 가격 변화의 2배를 추종하는 이른바 레버리지형 상품이다.
이어 4위에 오른 ‘Direxion Daily S&P Oil & Gas Exp. & Prod. Bull 2X Shares’도 일종의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ETF다. 미국의 원유 및 가스 탐사 및 생산기업의 지수 ‘S&P Oil & Gas Exploration & Production Select Industry’의 2배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통상 원유 생산기업의 주가는 대체로 국제 유가와 같은 추세를 보이는데 로빈후드의 10만9,594명이 이 펀드를 사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로빈후드 평균 계정이 2,500달러 수준임을 가정할 때 현재 이 ETF의 운용자산(3억7,900만달러) 중 약 70%가 로빈후드 투자자일 수 있다는 게 이티에프닷컴의 추정이다.
미국판 동학개미들은 항공주 반등도 크게 기대하고 있다. 이에 3만2,230명의 로빈후드 투자자들이 US Global JETS ETF(JETS)를 사들였다. 이 ETF는 아메리칸에어라인·델타·유나이티드에어라인·사우스웨스트 등 4대 항공사를 약 40%대의 비중으로 담고 있다. 최근 미국의 경제 활동이 정상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항공사들도 이에 맞춰 운항 재개 소식을 알리면서 주가는 크게 반등했다.
로빈후드 이용자들이 관심을 두는 또 다른 자산은 금이다. 로빈후드의 2만1,697명이 금 현물 가격을 추종하는 SPDR Gold Trust(GLD)를 담고 있다. 대마 펀드 등에 대한 관심도 크다. 또 금 채굴 기업 등의 주가 지수에 2배의 수익을 얻는 ‘Direxion Daily Junior Gold Miners Index Bull 2X Shares’(JNUG)와 ‘Direxion Daily Junior Gold Miners Index Bear 2X Shares (JDST)’다수의 이용자들이 투자한 ETF다. 다만 이 경우 금 가격의 상승과 하락 양방향에 베팅하고 있었다.
또 미국 시장의 상승을 기대하며 ‘Vanguard S&P 500 ETF(VOO)’, ‘SPDR S&P 500 ETF Trust(SPY)’, ‘Vanguard Total Stock Market ETF(VTI)’ 등도 많이 투자자들이 사들였다. 이티에프닷컴은 “한 가지 플랫폼의 데이터만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도 “개인 투자자들은 해외 시장 ETF, 인컴 ETF 등의 비중이 적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