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기술 초격차 없으면 중국에 모두 넘어간다

삼성전자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의 사령탑이었던 장원기 전 사장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구동칩 등 시스템반도체를 만드는 중국 기업의 부총경리를 맡기로 했다. OLED 구동칩 분야에서 지금은 삼성이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이 인재를 빨아들일 경우 언제든 시장을 넘겨줄 수 있다. 이에 앞서 국내 LCD용 편광판의 성공신화를 이끈 LG화학이 관련 사업을 중국 소재 기업에 넘긴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LCD 시장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간 지는 오래됐지만 이번 매각은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 중 하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조사 업체 DSCC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세계 LCD 패널 점유율은 지난해 21%에서 올해 13%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LCD에 이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에서도 중국이 턱밑까지 따라왔다는 점이다. 한국의 모바일용 OLED 점유율은 지난해 76%로 중국(22%)을 따돌렸지만 2024년에는 49%까지 떨어져 중국에 역전당할 것으로 관측됐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미세한 기술력에 따라 판도가 재편된다. 상당수 품목은 중국에 추월당했고 메모리반도체도 4~5년 후까지 선두를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삼성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미세공정인 3나노 개발을 먼저 하고도 양산에서는 대만 TSMC에 선두를 내준 것은 뼈아프다. 더욱이 중국은 기술력 있는 글로벌 기업의 인수합병(M&A)에 계속 나서고 있지만 우리는 신산업 분야의 M&A가 사실상 중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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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말로만 미래산업 육성을 외쳐서는 안 된다. 신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살펴보는 동시에 차세대 산업을 위한 민관 공동의 종합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과거 일본이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우리에게 속수무책으로 내줬던 것처럼 우리가 중국에 똑같이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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