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로터리]미중 무역분쟁 틈에서

국양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국양 DGIST 총장/사진제공=DGIST국양 DGIST 총장/사진제공=DGIST



2018년 미국이 중국으로부터의 주요 수입품목에 대해 25%의 관세 부과와 지적재산권 침해 조사를 실시하고 중국이 이에 반발해 미국으로부터의 수입품목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미중 무역분쟁은 시작됐다. 그 후 양국이 관세를 더 추가하며 갈등 수위가 높아지다가 2019년 중국의 일부 양보로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미국이 감염의 책임을 중국으로 돌리며 분쟁 종식을 위한 2단계 합의는 요원하다. 분쟁은 양국과 전 세계 주식시장을 요동치게 하며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2000년대까지 저가 생활용품 수출로 경제 규모를 키워오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경제성장률이 10%를 넘었고, 2010년에는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성장률이 6%대로 둔화됐으나 첨단 전자, 통신 제품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세계의 생산기지가 됐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격언이 떠오르는 국면이다. 1960년대 일본 역시 저가 제품 수출로 경제 규모를 키웠다. 기술력을 축적하며 1980년대 말에는 경제 규모가 미국의 절반을 넘어서며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됐다. 전자·자동차의 미국 수출로 막대한 무역흑자를 누렸으며 여러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술력을 가졌다. 이에 대한 방어로 미국은 1970년대부터 여러 건의 특허소송으로 일본을 견제해오다 마침내 1985년에는 이른바 세기의 ‘플라자합의’를 이끌어냈다. 여기서 미국·영국·서독·프랑스·일본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 달러화의 인위적 평가절하에 합의했다. 이때 엔화 대 달러의 환율이 두 배로 오르게 됐고 그 후 일본의 수출 경쟁력은 감소했다. 내수활성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자 했으나 부동산 등의 거품경제가 붕괴되면서 1991년부터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 불황을 겪으며 세계 3위 경제로 퇴보했다. 한편 미국은 1980년 산업 혁신 법들을 통과시키며 전자·통신·컴퓨터·바이오 분야의 신기술로 신산업 붐을 일으키면서 불황기를 벗어나 독보적으로 세계 경제를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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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의 결말이 과거와 유사하다면 중국은 대미 수입 확대,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배상, 환율 인상 등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결과 중국의 경제 성장이 정체되면 우리의 중간재 중국 수출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반면 미국이 5세대(5G) 통신장비의 예처럼 일부 중국산 제품을 기피하면 우리 제품의 수출 기회가 확대될 수도 있다.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분야에 대한 대체 무역 방안, 기술력 향상을 통한 수출경쟁력 확보, 새로운 시장의 발굴 등 현재 추진하는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무역분쟁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계속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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