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 공동선언 20주기를 앞두고 북한은 ‘군사행동’을 암시하고 있는 반면 집권 여당은 연이어 ‘화해 제스처’를 꺼내고 있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북한의 군사 도발 이유를 ‘미국의 경제제재’에서 찾았고 김경협 의원은 범여권 의원 173명과 함께 ‘남북 종전선언 결의문’을 발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야당은 이러한 여당의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 6·15 남북공동선언20주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한정 의원은 ‘군사 행동’을 암시한 북한을 두고 “분노와 좌절감은 이해 못 할 일이 아니다. 근본문제는 미국”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6·15공동선언 20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북의 거친 언사와 물리적 긴장조성이 미국을 움직이지 못하듯, 남북 간 평화와 교류 협력을 갈망하는 대한민국 국민도 실망시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최근 북한이 도발에 나선 이유를 ‘대북제재’에서 찾았다. 그는 “작년 하노이 2차 북미협상에서 미국이 보인 태도는 북한으로서는 지극히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우리 정부도 트럼프의 미국이 고수한 대북제재 압박 유지의 틀에서 무기력했다. 말은 대담했지만 행동은 소심했다”며 “문재인 정부 3년간 쌀도, 비료도, 약품도 전혀 지원하지 못했다. 밀뿐인 약조에 북은 희망을 접었다. 결국 2018년 전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선의와 진정성을 깔아뭉게고 단절과 대결이라는 과거로 돌아가면 북은 안전해지는가? 결단코 아닐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의 다수는 대북전단에 반대하고, 일부 탈북자들을 앞세운 대북비방과 갈등조성을 지지하지 않는다. 지난 4월 총선 결과가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13일 담화를 통해 “남조선당국이 궁금해할 그 다음의 우리의 계획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암시한다면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군대 역시 인민들의 분노를 다소나마 식혀줄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군사 행동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김 의원은 “6.15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했다. 그는 “북이 남을 때리면 북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외세의 입김이 더 강해진다. 북이 남을 적대하면, 남에서 북을 적대하려는 세력도 커진다. 윈윈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오는 15일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기념행사는 제1부 기념식, 제2부 임동원 전 국정원장의 특별회고 강연, 제3부 ‘전쟁을 넘어서 평화로’라는 주제의 라운드테이블 행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김경협 의원은 민주당·정의당·열린민주당·무소속 국회의원 173명과 함께 15일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발의한다. 이는 2010년 3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지지 결의안 이후 최근 10년 이래 가장 많은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법안이다.
김 의원이 발의하는 결의안은 △당사국인 남·북·미·중의 조속한 종전선언 실행 △이와 동시에 법적 구속력을 갖는 평화협정 체결 논의 시작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성과 도출 △남북의 남북정상선언 내용 이행 △코로나 19로 인해 고통받는 남북 주민 지원을 위한 남북 협력 △종전선언 노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적극 동참 등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은 “종전선언은 북측이 원하는 체제 보장에 긍정적 시그널로 작동해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며 “이제는 과거와 같이 종전선언을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견인하는 적극적인 조치로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지난 20대 국회 후반기 외교통일위원장을 맡았던 윤상현 무소속 의원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인하자고 촉구하는 결의안”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이런 비약적인 위상 전환은 바로 북한이 주장하는 ‘국가 핵무력’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즉 종전선언은 미국과 중국은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공인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결의안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인하자고 촉구하는’ 결의안”이라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특히 북한이 종전선언에 담은 진짜 비수는 ‘주한미군 철수’”라며 “종전을 선언하는 순간, 주한미군은 사실상 그 존재 명분과 가치가 크게 흔들린다. 주한미군의 주둔 목적이 북한의 재남침 예방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 그러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는 완전히 사라지고, ’공인 핵보유국 북한‘과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주한미군 철수를 논의하는 구조로 한반도 외교지형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