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6·25전쟁 70주년 설치미술특별전 기념식에서 현 정부의 대북 정책 성과를 소개하며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북한의 군사도발 위협으로 남북 간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총리는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 설치미술특별전 기념식에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는 평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며 “판문점선언과 9·19 군사합의를 통해 상호간 적대적 행위를 멈췄고 분쟁의 상징인 서해가 평화의 바다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는 지난 60여 년간 긴장관계가 지속됐으나 문재인 정부 이후 해소됐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정 총리는 이어 “남북이 함께 비무장지대의 GP(감시초소)에서 철수했고 유해 공동발굴지역에 대한 지뢰도 제거했다”며 “고성과 철원지역의 DMZ(비무장지대) 평화의 길이 민간에 개방돼 국민 누구나 탐방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또 “이러한 노력들이 평화 정착의 길로 나아가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이야 말로 참전용사 여러분의 희생에 대한 진정한 보답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전몰장병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며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기원하는 설치미술 작품 ‘광화문 아리랑’ 개막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광화문 아리랑’은 6·25전쟁 전사자의 이름이 각인된 작품이다. 행사 자리에는 6·25전쟁 참전용사와 유공자, 참전국 외교사절 등이 참석했다.
정 총리는 “오늘은 6·15 남북 공동선언 20주년이 되는 날이라 그 의미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며 “UN 참전용사께서 돌아가신 후 대한민국에 안장되기를 희망하시면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인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편안하게 잠드실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평화를 향한 여정에 때로는 인내와 고통이 따르더라도 정부는 그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겠다”며 “돌이킬 수 없는 평화의 이 길에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도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 주시리라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 총리의 이날 기념사는 최근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한반도 상황과 다소 동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날 기념사에서 최근 북한의 비난이나 남북 간 긴장 상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13일 밤 담화를 통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거와 이어지는 군사행동을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