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판단할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인 양창수(사진) 전 대법관이 16일 이 사건 심의에서는 빠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양 전 대법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오는 26일 개최되는 현안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서의 직무수행을 회피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검찰청의 운영지침에 따라 회피 의사를 위원들에게 밝히고 위원장 대리 선임 등 앞으로 진행 관련 절차를 설명한 후 위원회 자리를 벗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회피신청의 이유로 이 부회장과 공동 피의자인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의 오랜 친구관계를 들었다. 양 전 대법관은 “그가 이번 위원회에 회부 신청을 한 당사자는 아니라 해도 공동 피의자 중 한 명으로서 공소가 제기된 원인을 동일하게 형성하는 이상 회피사유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언론에서 제기한 문제들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양 전 대법관은 “2009년 관여한 이른바 에버랜드 전원합의체 형사사건, 신문 기고문, 처남의 현 소속과 직위 등은 이번 위원회에서 다룰 사건과 객관적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위원회에 직접 회부되지 않은 최 전 부회장을 회피신청의 이유로 제기한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양 전 대법관은 수사심의위가 소집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회피 여부를 검토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말이 지나 15일에서야 이에 필요한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 그중에서도 최 전 부회장이 사건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회 개최 전 회피 의사를 공표해도 되는지와 현안위원회 위원 및 위원장 대리의 선정 등 절차적 사항을 대검찰청 담당 검사 등과 논의한 결과 이같이 정했다고 덧붙였다.
양 전 대법관은 수사심의위 소집이 결정된 후부터 적격성 논란에 휩싸였다. 2009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재판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무죄 취지의 다수의견을 낸 점이 문제가 됐다. 이 사건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직접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매일경제신문에 낸 기고문에서 삼성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옹호한 점도 알려지면서 안팎에서 회피신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양 전 대법관이 당장 직무수행 회피를 신청하기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대검은 이번주 안에 법조계·학계·언론·시민단체·문화예술계 등 수사심의위 위원 중 15명을 무작위로 뽑아 사건을 심의할 현안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양 전 대법관은 현안위원회 위원을 선정하는 작업까지는 참여한다. 당일 회의에서 회피신청을 하면 15명 중 호선으로 위원장이 선정되며 회의를 주재한다.